신사임당 동상 앞에서 이이효재 “조선조 사회와 가족”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오랜만에 고등학교에 찾아가 할 말을 잃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십 년이 지난 세월이 무색하게 더욱 싱싱하고 원기 왕성했다. 건물에도 ‘싱싱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하늘 아래 우뚝 선 그 위용은 기억보다 더 거칠 것 없었다. 이건 되레 당황스러울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쇠락하는 몸처럼 건물도 그렇다고 여겨 적당히 빛바랜 호젓함을 상상했는지 몰랐다. 그러나 학교는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하고도 붉은 벽돌에 이끼 하나 끼지 않았으며 양 옆에 신축 건물까지 거느리고 있었다. 그 아래에 서 있는 나는 작게 느껴졌다. 검은 재킷에 회색치마를 입은 여..
아이들의 꽃밥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18] 무상급식 중단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4월, 경상남도는 ‘급식비’라는 낱말에 한숨이 많다.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을 중단함에 따라 학교 급식이 유상으로 전환되면서, 내가 사는 함양의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3월이 끝나갈 무렵 아래와 같은 일기를 쓴 아이도 있다. “아~ 이제 급식비를 내야 한다. 4월 달이 되면 우리 3명하면 하루에 만원씩 하니까 많이 내는 것이다. 계속 그 생각을 하면 부모님께 되게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하루하루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나라도 안 태어날 걸… 이런 생각도 들면서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