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非婚) 여성의 귀농…라봉이 들려준 제주살이 귀농 4년차, 함께 또 홀로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힘 작년 5월, 제주로 여행을 갔다. 당근이 많이 나는 제주 동쪽의 조용한 마을, 구좌읍 하도리에 묵을 때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을 보러 그곳에 온 라봉을 우연히 만났다. 처음 내 시선이 머무른 건 라봉의 시커먼 손이었다. 화산토가 쏟아져 내려 검은 흙이 많은 제주, 그곳에서 농사짓는 라봉의 손에는 손톱까지 까만 흙이 가득 박혀 있었다. 라봉은 손을 깨끗하게 씻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얘기 들어보니 기계는 물론 괭이조차 쓰지 않고,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흙을 뒤집어가며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그 손을 보고 있노라니 나의 귀농에 대한 낭만이 깨지는 것 같았다. ▲ 제주여성농민회 언니들과 풍물 배울 때. 가운..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 우리 동네 유기농 마켓 ‘비오콥’ ‘하늘을 나는 교실’의 필자 정인진 님이 프랑스의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브르타뉴에서 보낸 편지’가 연재됩니다. [일다] www.ildaro.com ▲ 렌의 끌뢰네 마을에 있는 비오콥(Biocoop) 마켓. 유기농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다. © 정인진 지난 5월, 렌 중심가 바쓸로(Vasselot) 거리에 유기농 협동조합인 비오콥(Biocoop) 마켓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쓸로 매장은 렌에서는 네 번째 비오콥 마켓이라고 한다. 이 매장 덕분에 시내 중심가에 사는 조합원들이 더 이상 장을 보러 가기 위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기뻐했다. 나도 브르타뉴에서 살았을 때 비오콥의 조합원이었다. 약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