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사회라면 [내가 만난 세상, 사람] 성폭력 그 이후의 삶(1) ※ 너울 님은 수기를 쓴 저자입니다. 한 해를 보내는 어느 겨울, 우리는 조용한 카페에 모여 앉았다. 서로 다른 배경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성폭력 생존자’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으로 모이고 서로의 삶을 나누며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2014년은 성폭력특별법이 만들어진 지 20년이 되던 해였다. 이제는 성폭력에 반대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성폭력은 진부한 이야기로 들리고 새로울 것도 없는 일로 취급 받는다. 우리에게 사람들이 던지는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이제는 조금 좋아지지 않았느냐’라는 것이다. 법이 만들어지고, 성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더..
피해자는 과연 저항할 수 있었을까? [내가 만난 세상, 사람] 미성년자 강간범에게 ‘의제강간’ 적용 ※ 너울 님은 수기를 쓴 저자입니다. –편집자 주 2010년, 법원은 열두 살 소녀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차례로 강간한 혐의를 받은 이십 대 남성 세 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어린 소녀이고 음주를 한 사정은 인정되나, 그 상태가 심리적 물리적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항거 불능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피해자가 열여섯 살이라고 말한 점, 키가 157cm에 달하고 발육이 남달라 미성년자로 보기 어려운 점을 들어 ‘미성년자 의제강간’조차 적용하지 않은 판결을 내렸다. 올해 10월 2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휴대폰 채팅 웹으로 알게 된 열두 살 소녀에게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