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내면아이’와 만나다 독일에서 심리치료하기⑥ ※ 독일에 거주하는 20대 후반 여성 하리타님이 심리치료 과정을 거치며 탐색한 섹슈얼리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짊어지고 국경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제도적 차이 속에서 삶의 변화와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실천해가는 여정이 전개됩니다. –편집자 주 첫 번째 기억: 사탕 주며 손짓하던 경비아저씨 일곱 살의 나는 가족들과 아파트 1층에서 살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려면 매번 1층 입구 옆 경비실을 지나야 했다. 경비아저씨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가 지나갈 때마다 자주 손짓해 불렀다. 웃는 낯의 어른을 거절하긴 어려웠다. 그는 사탕이 든 손을 내밀어 유혹하기도 했다. 지나친 관심과 더없이 친절한 가면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어린 아이를 헷갈..
완벽한 페미니스트가 아니어도 좋아록산 게이의 를 읽고 ※ 필자 김혜림 님은 땡땡책협동조합과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입니다. -편집자 주 해방감을 주는 ‘나쁜 페미니스트’ 선언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알기도 전에 나는 꼬마 페미니스트였다. 어쩌면 그건 부모님 말씀을 너무 열심히 듣고 책을 너무 진지하게 읽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세 자매 중 첫째인 나에게 부모님은 남자애들보다 더 뛰어나기를, 대학에 진학하여 훌륭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셨다. 학교에서도, 책에서도 남녀는 평등하며 여자도 남자만큼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열렬하게 그 말들을 믿었기 때문에, 여자아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남자아이들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할 거라는 말에 –심지어 그 이유라고 내세운 게 여자는 생리를 한다는 거였다- 분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