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6) 지연 선배를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이다. 볼 일이 있어서 우리 집 근처를 지나는 길에 잠깐 만나자는 선배의 연락을 받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길을 나섰다. 요즘은 서로 바빠서 2,3년에 한번 볼까 말까 하지만, 이혼 직후 대학원을 다닐 때는 그녀와 곧잘 어울려 다녔다. 선배는 나보다 꼭 12살이 많았고, 당시 박사논문을 쓰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차분하고 단정한 모습을 좋아했다. 그녀는 남편과 중학생인 아들과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 나이에도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가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다. 내가 이혼을 했다는 건 대학원 동료들은 물론, 교수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선배는 달랐다. 선배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웹진줌마 이숙경 대표 인터뷰 낙태근절운동을 벌이고 있는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정부에 단속을 요구하며 낙태 시술을 한 산부인과 3곳을 고발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낙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이에 보건복지가족부는 낙태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발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임신중절은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으면서 현실적으로는 어떤 국가보다 더 허용되어 있었다. 이렇게 모순적인 상황 속에, “낙태천국”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낙태율이 높은 한국사회에서 정작 낙태를 경험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과연 낙태는 여성에게 어떤 의미인가. 프로라이프 의사회를 통해 낙태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지금, 우리는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