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와중에도 타인을 돌봐야 하는 여성들 성별화된 돌봄 노동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아픈 와중에도 타인을 돌봐야 하는 여성들 “학원 끝나면, 밥 꼭 챙겨 먹고 숙제 미루지 마”“여보, 넥타이랑 와이셔츠는 순서대로 걸어놨어. 아침에 녹즙 먹는 거 잊지 마”입원실 옆 침대 위 그녀는 내내 휴대폰을 붙들고 있었다. 아이에 이어서 남편, 그리고 아이 학원 선생에게로 계속 이어지는 통화들. 휴대폰은 쉴 틈이 없었고, 그녀도 쉴 틈이 없었다. 그녀는 유방암 초기 환자였고, 다음 날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통화가 시끄러워 미안했다며, 여자들은 아프면 더 바빠진다고 했다. 그리고 초기 유방암 수술은 가벼운 거라..
전액 공공보험 지원, 심리치료를 시작하다 독일에서 심리치료하기② ※ 독일에 거주하는 20대 후반 여성 하리타님이 심리치료 과정을 거치며 탐색한 섹슈얼리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짊어지고 국경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제도적 차이 속에서 삶의 변화와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실천해가는 여정이 전개됩니다. –편집자 주 ‘독일 가서 하고 싶은 일’ 목록 다섯 번째 이번 편에선 좀 딱딱한 얘기를 해야겠다. 지난 글이 ‘왜 심리치료가 필요하냐’에 대한 자기고백 차원의 으쌰으쌰였다면, 오늘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래서 그게 어떻게 하는 건데’에 관한 얘기를 해본다. 독일 행을 준비하면서 나는 ‘독일 가서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쭉 적어보았는데, 그 중에는 ‘심리치료 받기’도 있었다. 이런 주제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