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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라이프 의사회, 낙태시술 산부인과 3곳 고발조치 여파 
 
프로라이프 의사회(전신: 낙태근절운동본부)가 오늘 오전 10시, 낙태시술을 한 산부인과 3곳을 서울지검에 고발해, 그 사회적 여파가 커질 조짐이다.
 
작년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라는 이름으로 낙태근절 선언을 한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정부가 불법낙태를 단속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기 위해 고발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유전적 질환이나 강간 등에 따른 임신을 제외한 낙태를 금하고 있다. 낙태를 한 산모와 의사는 징역 2년 이하 처벌을 받게 된다.
 
이번 산부인과 고발 건은 겉으로 보기엔 ‘의사 대 의사’구도로 벌어진 것이지만, ‘임신’과 ‘낙태’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인만큼 당사자인 여성들의 상황은 다급해졌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 어디로 가란 말인가?

낙태하는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

현정 활동가(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는 “작년에 의사들이 낙태하는 병원을 고발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부터, 낙태시술을 거부하는 병원들이 생긴 것 같다. ‘병원에 갔는데 (낙태시술을) 거부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상담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현정 씨는 “사후피임약조차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섹스 할 때 남자들이 콘돔을 안 쓰려 하는 상황에서, 여성의 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낙태’에만 초점을 맞춰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는 현재의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도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마당에,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극단적인 행보가 당황스럽다”고 얘기했다.
 
배정원 소장이 제시하는 낙태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어린 시절부터 성교육을 확실하게 받고, 콘돔이나 피임약에 대해서도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되는 것이다. 또,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임도 “남녀가 공평하게” 져야 하며,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여성들이 양육을 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배정원 씨는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청소년이든 대학생이든 피임교육 제대로 못 받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여성들이 너무 많다”며, “이들이 불법 시술하는 데로 가야 하는가? 무조건 낳아야 하는가? 애를 낳는다고 끝이 아니고, 입양을 보낸다고 끝이 아니다. 낙태문제가 이렇게 거친 방법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낙태를 이렇게 몰아 부치고 범죄시하면, 여자들은 지금보다도 더 낙태 책임을 혼자서 떠맡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생명존중이라는 “선의의 목표”를 내세우지만, “그 방법은 거칠고, 대안이 없다. 한 쪽에서 문을 닫는다고 모든 게 다 정상으로 돌아가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음성적 낙태시술 증가, 여성들의 생존 위협할 것 경고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전국여성연대, 언니네트워크, 다함께 여성위원회 등 10개 여성단체들도 오늘 “낙태고발조치를 중단하고,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으로 프로라이프 의사회에 대한 비판성명을 냈다. 의사회가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발생하는 낙태의 배경을 생각하지 않고, 여성의 자율권을 통제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단체들은 “아무리 많이 낙태시술을 하는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한다고 해도, 여성들을 둘러싼 삶의 조건이 변하지 않는 한 낙태는 근절될 리 없”으며, “대신 무면허 시술자에 의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낙태시술만 증가하여, 여성들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낙태시술을 하는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해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들을 개선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산부인과 의사들 중에는, 학생들이나 보건교사들 대상으로 ‘피임교육’을 가르치며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주장하는 ‘하루 1천명의 태아가 낙태를 당하는 상황’ 속에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와 남녀관계의 불평등, 성교육의 부재, 빈곤문제, 그리고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외면 받는 현실이 함께 녹아 있다. 낙태를 ‘처벌’로서 막아버리겠다는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의 행보는, 여성들이 겪고 있는 수많은 고통을 간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조이여울 기자)
 
[낙태 관련 일다 보도] 세계적인 낙태율, 사회의 책임 크다 | 한국서도 ‘여성의 낙태권’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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