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을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했을까?” 내 사랑 ※ 필자 소개: 지아(知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공연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영화칼럼을 비롯해 다양하고 새로운 실험으로 전방위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영화 (에이슬링 월시 감독, 아일랜드 캐나다, 2016)의 원제가 ‘모드’(Maudie)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마치 자극적인 제목의 책 겉표지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작 알맹이는 제목과 다른, 그런 책 말이다. 달콤한 로맨스를 연상시키는 ‘내 사랑’이라는 제목은 영화와 도통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내 사랑’의 발화자는 주인공 모드의 남편 에버렛이 아니었을까? 한편, 역설이라는 생각도 스쳤다. 아내인 모드가 죽은 후 텅 빈 집에서 통곡처럼 중얼거렸을 ‘내 사랑’..
퇴사를 꿈꾼다[머리 짧은 여자] 지하철 24시간 운행 소식을 접하며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몸인가?’ 정규 교육과정만 착실히 밟아왔어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내 이력이 문제였다. 면접관은 나에게만 단순반복 업무가 가능할지 두 번이나 물었다. 이력서상의 내 모습은 너무나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내가 얼마나 지루함을 잘 견딜 수 있는지 어필해야하는 이상한 광경이 연출됐다. “쉬는 날 집에 박혀 있는 걸 가장 좋아하고, 리드하기보다 서포터 역할이 더 편하고….” 주절주절 떠들어댔지만 결국 면접에서 시원하게 떨어졌다. 아쉬움은 없었다. 사실 단순반복 업무가 잘 맞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나마 일하는데 있어서 노동법에 위배되지 않게 조건을 다 맞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