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재현하는 ‘다른’ 방법을 보여주는 영화레니 에이브러햄슨 연출작 ※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굿모닝 램프’, ‘굿모닝 식물’, ‘굿모닝 달걀뱀’. 이 날 부로 다섯 살이 된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은 방 안에 놓인 담요, 옷장, 심지어 변기에게까지 차례로 아침 인사를 건넨다. 조이(브리 라슨)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양치 연습도, 케이크 굽는 것도, 한 쪽 벽면에 몸을 대고 자라나는 키를 표시하는 모습도, 별 탈 없이 평범한 일상의 시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 얼굴이 유난히 창백하다는 사실이나 비타민을 따로 섭취해야 하는 이유를 곱씹어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의 영화 엠마 도노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아일..
1인가구가 아플 때 필요한 것 비혼(非婚)과 질병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자기 몸만 돌보면 되니까 얼마나 좋아, 부럽다 부러워.”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이름, 나이, 병명이 침대에 붙어 있다. 같은 병실 다른 침대 환자들은 내가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있기는커녕 결혼도 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이구동성 부러움을 먼저 표했다. 난 그 여성들의 표정과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그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게 됐다. 본인 몸이 아픈 와중에도 챙겨야 할 남편이나 아이가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진심으로 부러웠던 거다. 혼자 사는 싱글여성이 아플 때 하지만 그녀들이 말하듯, 비혼(非婚) 여성은 아플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