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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표는 2015 개정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성장소설 목록이다.

 

▲ 2015 개정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성장소설 목록  ©일다

 

성장소설은 주로 유년기에서 소년기를 거쳐 성인의 세계로 입문하는 인물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정신적 성장,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각성의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을 지칭한다.(최현주, 『한국 현대 성장소설의 세계』, 박이정출판사, 2002) 여덟 작품들 모두 성장소설로서 손색이 없으며, 학생들이 좀 더 쉽게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연령대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를 페미니즘 시각에서 접근해본다면? 우선 주인공 성별이 남성에게 많이 치우쳐있음을 알 수 있다. 남성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네 편의 작품, 남성과 여성이 함께 등장하여 그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세 편의 작품, 그리고 여성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한 작품. 양적인 면에서는 이러하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았을 때, 소년들이 갈등을 겪는 내용 양상은 ①돈과 거짓말, 양심의 문제 ②머슴 자식이라고 친구들에게 괴롭힘당함 ③친구의 공작나방을 훔치려다 망가뜨림 ④경제적 어려움과 양심의 문제 ⑦좋아하는 소녀의 죽음을 겪음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반면, 소녀들이 갈등을 겪는 내용 양상은 ⑤서로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소녀의 오해로 관계가 어긋남 ⑥몰래 염색을 해서 엄마와 갈등을 겪음 ⑧가난한 수택이 고마움의 표시로 준 어린이 신문을 난로에 버림(친구에게 상처를 줌)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⑤소설이 남녀의 대등한 비중과 관계에 대해 다룬다고 본다면 논외로 하고, ⑥과 ⑧을 보더라도 소녀들이 겪는 갈등은 상대적으로 일상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흔히 사소하다고 치부되는 일상의 영역에서 여성 주인공들은 고민하고 성장한다.

 

교과서에 실린 성장소설 주인공의 성별이 특정 성별에 치우쳐있는 것뿐 아니라, 소년과 소녀의 성장기 역시 상당히 ‘성별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주인공의 성별은 학생들에게 뭐 엄청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남학생들이 여성 주인공의 소설을 읽고 엄마와의 갈등 상황에 이입할 수도 있는 것이고, 여학생들이 남성 주인공의 소설을 읽고 돈을 훔치는 경험에 대해 이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성비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학생들은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 주인공인 성장소설을 읽고 공감하고 경험을 확장하는 기회를 많이 놓쳐왔고, 남학생들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왔다.

 

그러니까 여성 주인공이 더 많이 등장하는 성장소설을 채택해보자. 여성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을 교과서 속에서 많이 본 경험이 없어서, 그것이 주는 효과가 어떨지 상상도 하기가 어렵다. 분명한 것은 학생들의 세계가 넓어질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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