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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치려면 궐기대회 해야 하는 여성성소수자

[잇을의 젠더 프리즘]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 대관취소 사태


※ 세상을 바라보는 20~30대 페미니스트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싣는 ‘젠더 프리즘’입니다. 필자 잇을님은 세상에 대해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퀴어-페미니스트들의 네트워크 완전변태에 속해있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전체기사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 게임은 시작됐다”는 오는 10월 21일 토요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9월 13일, 대회 장소인 양천구민체육센터가 공사를 이유로 급작스레 대관을 취소했다. 부랴부랴 다시 동대문구체육관으로 장소를 재확정하고 모든 대관 절차를 마친 것이 9월 19일이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또 다시 대관을 취소당했다.

 

9월 25일, 동대문구체육관 측은 대회를 주관하는 퀴어여성네트워크에 여러 차례 전화했다. 체육관에 항의전화가 들어오고 있으며 미풍양속, 안전관리상의 위해를 이유로 대관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동대문구체육관은 천장 누수공사를 10월 21일에 하게 되었다며 대관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 체육관은 미풍양속, 안전관리상의 위해를 이유로 대관을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퀴어여성네트워크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 주최 측은 전화로 여러 차례 설득했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협의하기 위해 대관담당자, 체육관팀장과 면담도 진행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변명과 ‘죄송합니다’, ‘양해 바랍니다’와 같이 오직 알맹이 없는 사과뿐이었다.

 

체육대회를 하려 했을 뿐

 

체육대회였다. 여성성소수자들이 평소 스포츠를 즐기는 경우가 많고, 여성 스포츠선수, 커밍아웃한 스포츠선수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높다는 걸 알기에 즐거운 자리가 될 거라고 기대했다. 배드민턴, 풋살, 계주, 자유투대회 등을 하려고 했을 따름이다. 소규모의 준비인원으로 대회를 꾸리는 것이 버겁기는 했지만, 체육대회 앞에 연이은 ‘대관취소’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신체활동, 즉 몸을 쓰고, 내던지고, 구르고, 때로는 상대의 몸을 밀치거나 집어던지는 경험이 비(非)남성에게 긍정적이라는 것을 나는 자기방어훈련 프로그램에 여러 번 참여하며 느꼈다. 스포츠는 ‘여자가 어떻게 남자와 같이 경쟁할 수 있어?’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작동하는 영역이지만, ‘연습과 훈련을 통해 기량을 늘릴 수 있고 경쟁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동시에 던진다. 그래서 여성들은 ‘약하게 태어났다’는, 신체적 성차를 강조하는 말 때문에 스포츠에 대한 의욕을 놓기도 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확인하고 증진시켜 보고자 하는 강한 의욕을 갖기도 한다.

 

특히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젠더표현 등으로 인해 조금 더 체육에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경험을 주위에서 여러 차례 들은 바 있기에,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가 기대됐다. 흔히 ‘여성들의 공간’이면 여성성소수자들도 편안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여성들의 공간이 ‘내 정체성과 젠더표현에 자연스럽고 솔직할 수 있음’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여성’ 대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주저하거나 불편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내 스스로도 그랬다. 여성성소수자들에게 가장 즐거울 수 있고, 누구나 같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행사를 희망했다.

 

▶ 여성들은 ‘약하다’는 인식 때문에 스포츠와 멀어지기도 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신체적 능력을 확인하고 증진시키려는 강한 의욕을 갖기도 한다. (이미지: pixabay.com)

 

그런 체육관, 우리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성소수자가 전체인구 ‘10명 중 1명’이라거나 AB형만큼 많다고 이야기되기까지 하는데도(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운동선수를 찾기 어렵다. 또 있다 하더라도 그 의미를 이해할 ‘실마리’가 너무 적다. 한국은 커밍아웃한 운동선수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미디어가 성소수자 운동선수들을 어떻게 보도할까?

 

그래서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 이후 장래에는 국제적 성소수자 체육대회에 출전 팀을 내자는 꿈을 꿨다. 얼마나 행복한 꿈인가? 멋진 첫 시작을 모금을 통해 해보겠다는데 대관취소로 걷어차 버리는 동대문구를 이해할 수 없다. 생활체육진흥법 제3조(국민의 생활체육 권리)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생활체육에 관하여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평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너무나 그렇다. 하다하다 공차는 것까지 차별하다니.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는 2015년과 2016년 가을에 진행된, 여성성소수자 말하기 행사를 생활체육 형식으로 변주한 기획이다. 이를 주관하는 퀴어여성네트워크는 여성가족부의 성소수자 차별에 대응하는 ‘성평등 바로잡기’ 활동 일환으로 “2015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를 마친 뒤 지속적 활동을 고민하며 만든 연대체다. 여성성소수자의 다양한 목소리로 성평등과 성소수자 인권, 여성주의 운동을 연결해나가고자 하는 지향을 가지고, 봄이면 무지개색 ‘성소수자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습니다’ 피켓을 달고 100명 이상이 마라톤에 함께 참여하고, 가을이면 여성성소수자 가시화를 위한 200여명 규모의 행사를 연다. 그리고 뜻밖에 올해는, 궐기대회도 하고 체육대회도 하게 되었다.

 

동대문구체육관의 대관취소에 분노하는 “2017 여성성소수자 궐기대회”가 10월 18일 저녁7시에 열린다(장소는 추후 공지). 그리고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는 연내에 더 좋은 장소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체육관, 우리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만약 천장에서 누수가 일어나는데 겨울에 접어들도록 공사를 미룬 것이 사실이라면, 더욱 더 그런 체육관에서 우리의 중요한 첫 체육대회를 치르고 싶지 않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전체기사 

 

※ 퀴어여성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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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queerwomen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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