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일곱째 이야기 지난 봄이던가. 꽃샘추위가 한창인 어느 날 아침, 한 친구가 내게 전화를 해서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야, 너 지리산 어디 산다고 했지? 어제 티비에 지리산 나오던데. 와, 진짜 죽이더라.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고. 나 한 번 놀러 가도 되지?” 한참 소식이 뜸했던 것 치고는 지나치게 허물없는, 심지어 흥분하기까지 한 친구의 목소리가 어찌나 생경하던지. 그에 말문이 막혀 수화기만 멀뚱히 들고 있는 나를, 그는 다시 한 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소란스럽게 흔들어 깨웠다. “그러고 보니 니 얼굴을 어제 본 거 같은데. 솔직히 말해봐. 너도 지리산 학교 다니지? 푸하하!” 모든 도(道)는 ‘내비도’로 통한다 함양에 오면서 텔레비전을 처분한 나는 처음엔 친구의 말을 당..
[기고] 지적장애청소녀 성폭력사건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황지성 대전 지적장애청소녀 성폭력 사건에 대해 최근 한 유명 작가가 언급을 해 ‘새삼’ 화제다. 한 여중생이 16명의 가해자들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건에서 피해 지적장애여학생이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이 전원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작가는 ‘우리사회에서 딸 키울 수 있냐’라고 언급했다. 성폭력에 대한 우리사회의 가부장적 통념과 편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피해여성이 목숨을 걸고 성폭력에 저항하였음을 입증하지 못할 때 강간죄가 성립되기 어려운 현행 성폭력관련 법체계는 강고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장애여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전 지적장애여중생 성폭력사건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