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의 ‘증언’은 왜 진실을 의심받는가?『까판의 문법』 ‘n번방’ 피해자와 연대하는 신생 윤리를 찾아서 파국의 자리에서 새롭게 솟아나는 것이 있다. 이 새로운 힘을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몰락의 에티카’라 불렀고, 사회학자 김홍중은 ‘사회학적 파상력’이라 이름 붙였다. 성범죄의 증언자 윤지오가 마녀사냥으로 무너졌을 때, 저자는 그 무너짐의 힘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언어를 갖지 못하고 쓰러져간 소리들에 미지의 몸을 부여하는 미학적 수행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은 증언문학이다. 이때 미지의 몸은 주어진 진실에 복종하여 배제당하는 주체가 아니라, 스스로 진실을 구성해 내는 윤리적 주체이다. 철학자인 조정환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신문, 진술조서 등 모든 현장 언어들을 데이터화하고 분석하..
故 장자연 사건 재수사와 함께 논의해야 하는 것들죽음으로 고발한 ‘권력에 의한 성범죄’ 고리 끊어야 9년 전인 2009년 3월, 장자연이라고 하는 서른 살의 여성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의 유서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 내용은 언론사, 금융사,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에게 100차례 이상 술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 받았다는 것이었다. “저는 힘 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이름과 사인, 지장을 남긴 유서는 공개되자마자 큰 충격과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유서에 적혀있던 그 유력인사 명단에 얽힌 실체는 결국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이 유서에 언급된 이름들에 대해 ‘강요 방조죄’ 무혐의 처분하며 수사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소속사 대표만이 고인에게 폭행, 협박을 한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