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여성들 혜원과 틸리 몸도 마음도 지치는 일상이 이어지는 그런 때가 있다. 꽉 막힌 도시 속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조차 이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손 안의 폰을 만지작거리지만 그 안에서도 즐거운 이야기를 찾기란 어렵다. 음악을 들으면서 눈을 감아보려고 해도, 눈을 감는 순간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잠시라도 눈을 감을 수 있을 환경에 놓일 때 생각하는 건 늘 똑같다. ‘나에게도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여기를 벗어날 수 있는 변명이든 이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고향(집)으로 돌아온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임순례 감독, 2018)과 (Dressmaker..
다정한 날들 집과 길, 사람과 풍경, 몸과 마음을 잇는 삶 또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살아가며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의 모습과 그 여정을 담고 있다. 읊조리듯 졸졸졸졸 흘러나오는 작가 특유의 문체는 읽는 이들을 조용히 주목시키고,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도록 돕는다. 작가의 나직한 목소리는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어 우리 안에서 “말없이 웅크리고 있”을 어린 아이를 토닥토닥 다독이며 위로한다. 또, 자연과 야생에 대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도시에서 형성된 공포의 이미지나 편견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그 사이로 평화로운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는, 당분간 이대로 살기로 한다. 가진 것 없고 아직은 변변한 계획조차 없지만, 왠지 올 한 해도 잘 지낼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