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이경신의 [죽음연습] 6. 서양 철학자와 동양 승려가 전하는 지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문학사상사, 1996)를 읽다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찬장 속에는 과연 질레트 레몬 라임 향 면도용 크림과 쉬크 면도기가 들어있었다. 면도용 크림은 절반 정도 남아 있었고, 뚜껑 부근에 하얀 거품이 바싹 말라붙어 있었다. 죽음이란 그렇게 면도용 크림 절반 정도를 남기고 가는 것이다.” 그렇다. 이 소설 속의 도서관 직원 남편처럼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던 물건을 쓰다 말고 남겨둔 채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우리가 맞게 될 죽음이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나는 생전에 어머니가 듣던 가요 카세트테이프들이 떠올랐다. 상자에서 오래된 가요테이프를 하나 꺼내서 틀어보았다. ..
[일다]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36) 늙음에 대하여 ① 오랜만에 장거리 여행에 나섰다. 외가의 친척 어른들을 뵐 생각이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거리를 핑계 삼아 한 번도 그 분들을 찾지 못했었다. 이제는 다들 연로하시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졌다. 난 기차 안에서 읽을거리로 도서관에서 빌린 두껍고 무거운 책, 를 가방에 쑤셔 넣었다. 이상화된 정신적 노년, 저주받은 신체적 노년 ▲ 조르주 미누아의 (아모르문디, 2010) 비록 서양의 역사를 관통해서, 그것도 고대부터 16세기 르네상스까지의 제한된 시기의 노년만을 분석해 쓴 것이긴 하지만, 를 읽다 보면,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단적으로 대립적이다. 양극단의 편견 사이를 시계추 모양으로 오가는 느낌이다. 마치 여성을 여신과 마녀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