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 (4) 거다 러너 「왜 여성사인가」 사르트르의 재미있는 사고 실험이 있다. 어느 한 방에 여러 명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 중의 한 사람을 뽑게 한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 한 사람을 유심히 관찰한 후에 그 사람을 밖에 나가 있게 한다. 이제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그 사람을 설명하는 말을 한 마디씩 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관찰한 것들, 느낀 것들을 종합하면 ‘지금 여기’에 부재하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종합된 그이의 이미지는 실재하는 그와 동일할 것인가. 답은 ‘전혀 동일하지 않다’이다. 하나의 이미지가 구축된 이후에 다시 그 사람을 방안에 불러 들였을 때, 사람들은 자신 앞에 현현하..
우리 안의 반짝임을 지키기 위해 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3) 버지니아 울프「자기만의 방」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20대 여성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고민과 그 해답을 찾아가는 페미니즘 책 여행이 시작됩니다. 폭력의 시대에 평등과 자유의 꿈을 꾸는 여성들의 생각과 삶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내가 처음으로 ‘내가 번 돈’이란 것을 손에 쥐었을 때는 스무 살이었다. 그리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부모님께 손 내밀지 않고도, 친구들을 만나고 사고 싶은 것들을 사는 소소한 비용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다. 과외, 학원 강사, 캠프카운슬러, 카페 점원 등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는 경험도 많았다. 하지만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한 달 내내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