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가진 나와 너, ‘우리’가 될 수 있을까윤가은 감독의 영화 ※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유의하세요. -편집자 주 체육시간. 피구 시합이 시작되기 전 운동장에 둥그렇게 둘러 선 아이들은 자기편에 들일 친구를 한 명씩 호명한다. 선(최수인)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며 상기된 얼굴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서가 될 때까지 선의 이름은 불리지 않고, 그의 얼굴은 점차 시들어간다. 누구에게나 내 이름이 마지막까지 불리지 않을까봐 초조했던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릴 적 기억일 수도 있고, 어른이 된 이후 에둘러감으로써 해결하곤 했던 익숙한 감정일 수도 있다. 영화 (윤가은 감독, 2016)은 아이들의 일상과 관계를 세밀한 풍경으로 그려내며 어른들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장례식장에서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올해 들어 세 번째 지인의 아버지 부고 소식이다. 이번에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부친상이었는데, 우리 셋은 일러스트레이터 선생님의 제자로 조문하게 되었다. 대부분 장례에 참석할 때 그렇듯이 병고로 돌아가셨는지 사람들이 ‘호상’이라고 부르는 죽음이었는지 궁금했지만, 많은 조문객들로 인해 고인의 삶에 대해서나 죽음에 대해서나 어떠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매우 반듯해 보이는 영정 사진의 느낌과 썰렁하지 않았던 상주들의 자리를 보니, 짱짱한 기개 한 번 꺾이지 않고 사셨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