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이야기 다시 읽기: 여성 몸에 대한 권리 존중돼야 몇 살이었는지도 모를, 아주 오래 전에 본 한 TV 코미디 프로를 기억한다. 내용은 이렇다. 주르륵 서있는 코미디언들 사이 어떤 대화가 오가고 각각의 말 한마디로 서열이 결정된다. “난 집에서”라고 말했던 사람의 서열이 가장 낮고, 그 다음이 “동네병원”, 그 다음이 그 보다 더 큰 단위의 병원, 그 다음 무슨 유명한 병원의 이름을 댔던 사람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으스댔으나, 맨 나중 사람의 “난 제왕이야”라는 말 한 마디에 모두 고개 숙여 그에게 “형님”을 외쳤다. 그 프로그램을 함께 보고 있던 나의 아버지가 덧붙인 말씀은 “우리 딸도 빠지지 않지. 대학병원에서 태어났으니”였다. 그 때 난 별로 웃기지 않았던 그 토막극에서, 마치 한 자리 인정 받..
몸 이야기 다시 읽기: “뭐 피해본 거 없죠?” 몸에 스미는 공포에 몸이 떨렸다. 다행히 할머니가 하는 가게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마중을 나오라고 하고 기다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났지만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하자 내 몸에 새겨졌던 공포가 스멀거려 아프다. 그 날은 친구들과 골목 입구에서 헤어져 걷고 있는 중이었다. 누군가 쫓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운 터라 가로등에 비춘 실루엣을 보고 발걸음을 일부러 늦췄다. 그런데 그는 멈칫하다가 나를 지나쳐 갔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그리 크지 않은 체구의 젊은 남자였다. 그나마 술에 취한 것 같지도 않아 다행이다 싶어서 마음을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