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본 재난영화 속의 두 장면이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터져 나오는 용암이 불비로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희열로 가득 차 죽음을 맞는 광인과, 거대한 산도 거침없이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해일이 밀려오는 중에도 담담히 생을 접는 노승. 두 사람은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한 사람은 도취되어, 또 다른 사람은 초월한 듯 죽음을 받아들인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의 죽음 우리는 누구나 죽는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는 없다. 다만 실감하지 못하며 조금이라도 그 시간을 뒤로 미루길 바랄 따름이다. 생명체인 이상 그 생명을 보전하려는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미국 사회의 인종문제는 흑백갈등뿐만 아니다. 는 FBI요원을 죽였다는 누명으로 연속 종신형을 선고 받고 1976년부터 감옥에서 지내고 있는 인디언 레너드 펠티에의 옥중 수기다. 레너드 펠티에는 인디언 저항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과 같은 밴드가 그의 석방을 위해 뮤직비디오를 찍는 등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양심수다. 레너드 펠티에의 수기는 차별에 맞서 저항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갇힌 한 개인의 내면과 인디언 생존을 위한 투쟁과 저항운동의 역사를 동시에 보여준다. 미국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과 마찬가지로 인디언 차별은 사회적인 관습으로 고착화되어 있다. 인디언 ‘문제’에 대한 미국정부의 정책은 시대에 따라 변천해왔지만 원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1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