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날 것 그대로 아름다운 비약 ▲ 요헨 슈미트의 평전 (을유문화사, 2005) 이라는 노르웨이 영화에는 아름다운 비약(飛躍)의 순간이 나온다. 그때까지의 삶과 일시적으로 단절되고 오래된 소망과 재접속하는 ‘반짝이는’ 그 순간이 무심하게 슥 그려지는데 는 그러한 종류의 비약이 어떻게 가능한지 연속적인 춤사위를 통해 좀 더 찬찬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피나 바우쉬는 발레로 시작하여 ‘탄츠테아트(Tanztheatre)’라는 새로운 무용형식을 완숙시킨 현대 무용가이자 안무가이다. 그녀에게도 스승과 동료가 있고 자양분을 제공한 구체적인 시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돌연한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매혹시켜온 춤꾼이다. 전 세계로 순회공연을 다녔던 피나 바우쉬는 고향인 독일, 부..
재즈댄스를 배우러 찾아간 한 스튜디오. 탈의실에 까만 레오타드를 입은 여성들 서너 명이 쪼그리고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대에서 30대 중반의 성인여성들이, 낯 모르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탈의실에서 훌쩍거리다니, 뭔가 이상했다. 사정을 잘 아는 듯한 이가 들어오더니 한마디 던진다. “수미선생님 연습 있었구나? 울지마. 괜찮아. 나아질 거야.” 대체 얼마나 무서운 분이길래? 그게 내가 3년 전에 마주한 선생님에 대한 첫 느낌이었다. 춤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그 분야로 진출하려는 이들이 모인 전문인 반에선 말할 것도 없고, 취미 삼아 발레를 배우는 학생이나 직장인, 주부들이 다니는 일반인 수업에서도 선생님의 호된 야단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수업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