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두려워하고 금지하는 ‘선생님’들에게 권하는 책슬로베니아 그림 동화 『첫사랑』 스물여섯이 되는 생일날, 밤기차에 타고 있었다. 겨울 바다를 여행하기로 한 친구들 몇은 먼저 내려갔고, 나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S와 만나 뒤늦게 출발했다. 자정이 넘은 어느 순간, S가 내 앞에 촛불이 켜진 작은 케이크를 내밀었다. 기차에서 불이라니, 얘는 어쩜 이런 일을 벌이나! 놀라서 화가 났다. 서둘러 촛불을 끄고 손으로 연기를 휘휘 저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 S는 내 속은 모르는 듯, 언젠가 내가 예쁘다고 말했던 군밤 장수 모자를 내밀었다. 부끄럽게 선물을 건네는 S를 보자니 혀가 끌끌 차졌지만, 그보다 이 상황이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났고, 무엇보다 고마웠다. 브라네 모제티치 글, 마야 카스텔리츠 그림 『..
꽁치를 만나는 세 가지 방법 그림동화 읽기 는 ‘이야기 채집단’ 줄여서 ‘이채’라는 모임이 기록해 출판한 첫 번째 책입니다. 이채는 지금껏 기록되지 않았던 사람들의 삶을 채집해서 그들을 위한 피난처, 보금자리, 장소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고 합니다. 이채는 엄과 숑과 명, 세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더불어 그림작가 간올(이한솔)은 꽁치라는 이름에 지금 우리가 함께 보고 있는 몸을 입혀낸 인물입니다. ▲ 이채 글 기획, 이한솔 그림, 리젬. 2015 처음에는 (이하 ‘꽁치’)를 소규모의 독립출판물로 계획했는데,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tumblbug.com) 후원 100%를 가뿐히 달성하고 주변인들의 강력한 지지와 호응을 얻게 됩니다. 성원에 힘입어 2015년 6월, 리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