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36) 늙음에 대하여 ① 오랜만에 장거리 여행에 나섰다. 외가의 친척 어른들을 뵐 생각이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거리를 핑계 삼아 한 번도 그 분들을 찾지 못했었다. 이제는 다들 연로하시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졌다. 난 기차 안에서 읽을거리로 도서관에서 빌린 두껍고 무거운 책, 를 가방에 쑤셔 넣었다. 이상화된 정신적 노년, 저주받은 신체적 노년 ▲ 조르주 미누아의 (아모르문디, 2010) 비록 서양의 역사를 관통해서, 그것도 고대부터 16세기 르네상스까지의 제한된 시기의 노년만을 분석해 쓴 것이긴 하지만, 를 읽다 보면,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단적으로 대립적이다. 양극단의 편견 사이를 시계추 모양으로 오가는 느낌이다. 마치 여성을 여신과 마녀라는..
▲ 극단 이후의 연극 연극 에는 여섯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들은 직장여성, 주부, 연극배우, 청년백수, 백화점 점원, 인턴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결혼을 한 여자도 있고, 아닌 여자도 있고, 직업을 가진 여자도 있고, 아닌 여자도 있다. 서로 각자의 무게만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된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아이가 문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애를 먹는 일하는 엄마,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인턴, 카드 대금에 쩔쩔매는 화점의 판매직,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 부인’이라는 것 외에는 없는 주부, 젊고 예쁜 후배들과 경쟁해야 하는 나이 든 여배우까지. 이들의 꿈은 무엇이었고, 어쩌다 그녀들은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일까. 연극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