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나들이(22) 도시의 새들과 공존하기 ▲ 참새 대신 도시의 텃새가 되어가고 있는 직박구리. © encyber.com 일요일 오전, 잔뜩 게을러진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도서관에 반납해야 할 책이 2권인데, 하루가 연체되어 이틀 동안 책을 빌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무더위를 핑계로 더는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도서관 안은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어 서늘하다. 에어컨 없이 지낼 뿐만 아니라 평소 선풍기, 부채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내겐 다른 계절로 뛰어든 듯하다. 대출정지로 책을 빌릴 수도 없는 형편이니, 시원한 곳에서 책이나 읽고 가자 마음먹었다. 열람실 풍경은 피서 철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책을 고르며 서가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 이들을 바라보다 ..
집 근처 겨울 산에서 매서운 겨울추위가 한풀 꺽인 요즘, 다시 집주변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눈 내린 다음날엔 나무도 길도 산도 온통 은빛으로 반짝였는데, 며칠 지나 들러보니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남쪽 사면에 자리 잡은 삼림욕장에는 오후의 따뜻한 햇살로 벌써 봄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입구 쪽 나무들은 이고 있던 눈을 털어내고 한결 몸이 가벼워 보인다. 길 위를 두텁게 덮고 있던 눈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시작부터 미끌어질까 신경을 곤두세우며 걷지 않아도 되니 몸도 마음도 부담 없다.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간다. 부산스런 사람들, 말 없는 나무들 약수터에 물 길러 온 사람들, 함께 놀러 온 가족들,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가는 등산객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산책나온 노인들, 산의 초입부는 사람들로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