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최종회) *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 둥지로 들어가는 케찰(중남미에 사는 파랑새), 2008년 5월, 코스타리카 *출처: 위키피디아 새 소리가 들립니다. 날이 밝으면 어김없이 새가 지저귑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하는, 소리로만 아는 얼굴 모르는 새.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냉장고 속 사과를 꺼냅니다. 사과를 들고 침대로 돌아와 다시 누워 사과를 껍질째 씹어 먹습니다.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 살을 다 먹고 남은 것은 손에 쥔 채 눈을 다시 감습니다. 일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눈을 다시 뜹니다.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온 햇살이 벽에 닿습니다. 햇살이 벽 위에 만드는..
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1)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돌아왔습니다. 멀더군요. 아주 멀었어요. 너무 멀어 다시 또 가라면 저도 모르게 망연자실 한숨부터 휴 나올 것만 같은. 모르니까 갔지 알고는 다시 갈 엄두가 쉽게 나지 않는. 누가 알겠습니까, 다시 갈 일이 생기지 말란 법도 없겠지요. 애초에 그렇게 머나먼 낯선 나라에서 살아보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해 봤듯이, 돌아온 지금에는 다시 거기 간다는 걸 예상하기 어렵지만, 늘 상상과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생기지 않던가요. 파랑새는 있다 그곳을 떠나오기 얼마 전 우연히 파랑새를 봤어요. 여느 때처럼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는데 집 근처 커피밭 울타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