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화장실과 분홍 원피스 전북 남원의 대안학교 교사 혜선(상) ※ 비혼(非婚) 여성들의 귀농, 귀촌 이야기를 담은 기획 “이 언니의 귀촌” 기사가 연재됩니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통해 제작됩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 "나의 직업은 대안학교 교사다." 학교 목공 시간에 어설픈 톱질을 하는 모습. © 혜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이다. 서른여섯 살이 되던 해 혼자서 이곳에 왔고 올해로 3년째 살고 있다. 농사를 짓지는 않는다. 지금 나의 직업은 대안학교 교사다. 학교에서 백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아 생활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도시에 살다가 귀촌을 해서 농사를 짓지 않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면, 읍이나 면 지역의 일자리에서 받을 수 있는 급여..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몸과 소통하기①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대기가 불안정하단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하루에도 12번쯤 날씨가 변하는 것 같다. 오늘은 정도가 더 심하다. 거칠고 둔탁한 빗소리에 깨어난 게 분명한데 화장실에 갔다 오니 창밖으로 말간 햇살이 비추고, 그 틈에 마당에 나가 깻잎이며 고추며 방울토마토를 따서 아침상을 차리는데 다시 빗방울이 듣는 식이다. 오락가락 하던 비가 마침내 물러난 건 정오 무렵. 나는 챙 넓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몇 뼘은 높아진 하늘 아래 환한 햇살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언제 또 날씨가 변할지 몰라 조급한 나의 마음과는 달리, 길 위에 있는 모든 것들, 나무와 풀과 돌담 사이 핀 꽃과 심지어는 슬레이트 지붕 위에 누워 있는 고양이들조차도 얄미울 만큼 느긋하고 여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