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후 첫날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18) 둘레길을 걷다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18) 둘레길을 걷다 10여 년간 다닌 회사를 휴직한 후 첫 번째 날이다. 육아 휴직이었다면 좀 더 행복했을까? 여하튼 건강상 이유로 휴직을 신청한다는 게 속상했지만, 현재만 생각하기로 한다. 문경에서 남편은 카페의 이층 구조를 짜느라 바쁘고, 카페에 있던 그 많던 짐들을 혼자 집으로 옮겼다. 침대를 안방에 들여놓았다는 소식을 전화로 알려준다. 너무나 조용해서 오히려 잠이 안 오..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열여덟번째 일 년에 네다섯 번쯤 마을 울력을 한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는 '꽃길 가꾸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청소가 주된 일이다. 봄에는 봄맞이 대청소를, 설과 추석이 끼여 있는 가을겨울엔 명절맞이 대청소를 하는 식. 며칠 전이 마침 청소하는 날이어서 아침상을 물리자마자 빗자루를 들고 회관 앞으로 나갔다. 작년 가을부터 올 초봄까지 집을 비운 적이 많은데다, 집에 있는 날엔 춥다고 방에 웅크리고 있느라 동네 분들을 거의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동네 분들을 뵙는 자리에 나서는 것이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설렜다. 늙었다고 봄을 모르겠는가 시골에서 땅만 파며 산다고 해서, 게다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봄을 외면할 수 있을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를 리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