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로마니 여자가 겪은 유럽역사는 다르다 라드밀라 아닉② 독일에서 망명신청자(asylum-seeker) 신분으로 살고 있는 난민여성들의 이야기를 하리타님이 번역, 해제를 달아 소개합니다. 이 연재는 베를린의 정치그룹 국제여성공간(IWSPACE, International Women Space)에서 발행한 에 수록된 내용으로, 이주여성과 난민여성으로 구성된 팀이 다른 난민여성들을 인터뷰하여 1인칭 에세이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세 번째 에세이 “유럽인들은 ‘그들의 유럽’에 우리를 원치 않는다”(The Europeans don‘t like us in “their” Europe)의 주인공은 ‘집시’라 불리는 로마니 민족인 라드밀라 아닉(Radmilla Anic)으로, 세르비아에서 자립을 원하는 여성들을 돕는 사..
출생의 비밀을 안고 사는 아이들: 영화 전쟁의 고통은 비단 죽음과 부상의 아픔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삶의 터전의 파괴, 기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익숙한 것들과의 작별. 이 모든 슬픔과 공포, 충격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전쟁 기계에 살해당한 자들의 고통은 비록 읽어낼 수 없는 무형이지만,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전쟁은 인간이 창조해낸 가장 극악하고 극대화된 폭력의 정점이기 때문에, 살아남은 인간들이 떠맡아야 하는 상흔은 종종 한계 이상으로 넘어버리곤 한다. 영화는 한 무리의 여성들이 눈을 감은 채 서로에게 기대고 포개어진 채로 누워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이 군상들을 담담하게 훑고 지나간다. 왜 그들이 거기에 그렇게 무력하게 겹쳐져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