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11) “벌써 20년입니다. 1991년 5월…. 그때 군 복무 중이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늘 마음의 짐이었고 어두운 구석이었습니다. 20년이 다 가도록….” 한 친구가 김귀정 열사의 추모음악회를 홍보하면서 소셜네트워크에 올린 글이다. 김귀정은 1991년 5월 25일 충무로 거리시위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사망한 대학생의 이름이다. (당시 성균관대 학생이었던 김귀정 열사는 노태우 군사정권의 공안통치에 항거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망 후 추모 2주기를 맞아 민사소송이 제기됐으며, 이후 법원에서 국가의 과잉진압 책임을 인정했다.) 그 친구가 잊고 있던 김귀정 열사를 기억하게 해주었다. 그 사건이 벌써 20년이 되었다는 데 나도 좀 놀랐다. 세월이 참 빠..
[일다] 딸을 만나러 가는 길 (5) 전남편과의 기억 20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과 연애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여전히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그와의 관계가 이혼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그 시절 그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내가 그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는 운동권이라서였다. 나 역시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졸업 후에도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우고 있었다. 남편과 연애할 당시는 대학 졸업 직후였는데, 사회진출 모임을 하면서 진로를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 그를 만난 건 문학운동 단체에서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운동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애국심으로 넘쳐, 나는 그 사람이 내 운동가적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 다음으로 좋아한 이유는 그가 시인이라서였다. 햇볕 잘 드는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