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집주인 할아버지와 나의 공유지 우리 집 앞마당은 집주인 할아버지가 요긴하게 쓰는 옥상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할아버지가 놓아둔 60여개 엇비슷한 화분들과 3개의 큰 빨래건조대로 빽빽하다. 도시농부인 할아버지는 한 해 동안 이 화분들에 상추, 토마토, 고추, 배추, 무를 차례로 길러낸다. 늦가을 무를 수확하고 나서, 그나마 겨울동안 이곳은 내 차지가 되었다. 추위가 가시자 화분 흙 사이로 지난 해 거두지 못한 대파 밑단에서 싹이 삐쭉 올라왔다. 아쉽지만 이제 할아버지와 나의 공유지로 바뀌게 되는 시기이다. 요새 할아버지는 옥상에 올라와 볕 좋은 날 빨래를 널기도 하고, 겨우내 눈과 바람을 맞아 지저분해진 화분을 닦아내고, 굳어버린 흙을 갈고, 동네 한약방에서 얻어온 한약찌꺼기와 퇴..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도시 농업, 게릴라 가드닝 外 현대문명과 거리를 둔 채, 산골에서 자급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도은님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도은님은 두 딸과 함께 쓴 “세 모녀 에코페미니스트의 좌충우돌 성장기” 의 저자입니다. www.ildaro.com 이해관계가 얽힌 세상 일이 그러하듯 시골 마을에서도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면 편하게 지내던 동네 사람들 사이에 긴장이 생긴다. 일을 해결해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고, 이러든 저러든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한테는 부당하고 골치 아픈 일인데, 이 일로 이득을 얻는 자들이 있는 게 문제이다. 이득을 얻으리라 생각하는 측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그게 ‘마을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라는 선전술을 펼친다. 지금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