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이 곧 삶이고, 삶이 곧 굿이로구나 www.ildaro.com 다큐멘터리 영화 굿을 처음 본 것은 1998년, 스물세 살 무렵이었다. 그해 홍익대 앞, 지금의 자리에 공연예술 극장 가 개관을 했고, 극장 앞 피카소 거리를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든 개관 기념 공연이 열렸다. 그 공연의 정점을 찍은 것은 황해도 만신 이해경의 등장이었다. 혈관을 요동치게 하는 풍물 가락에 몸을 싣고, 이해경 만신은 화려한 원색의 무복들을 여러 차례 바꿔 입으며 ‘신들린’ 무대를 펼쳤다. 무대 아래 숨죽인 이들에게는 마치 천 길 낭떠러지처럼 보였을 작두 끝에 그녀가 올라선 순간, 객석의 환희는 경이로 바뀌었다. 염색머리에 귓바퀴에는 주렁주렁 피어싱을 매단 ‘홍대패션’으로 치장한 젊은 여성의 입에서 ‘굿이 최고다’, ‘끝내준다’..
장애여성 숨은그림찾기(9) - 영화 '여행자' ▲ 영화 '여행자'의 포스터 이미지 핑계 같지만 예전엔 영화와 책을 보는 것이 일상에 해당했었는데, 지금은 그것들에 몰입하는 일이 사치스럽게 여겨질 만큼 여유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나 책을 고를 때 꽤나 망설이게 된다. 투자 대비 확실한 무언가를 얻겠다는 심사라고나 할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감동이 적을 것 같아 피하고 그렇지 않은 작품은 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 꺼리게 된다. 감동을 추구하자니 지나치게 진지한 일상에서 벗어나보겠다는 취지와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진퇴양난이다. 그런데 올 여름 내내 계속됐던 지리한 장마에서 벗어난 뒤 용케도 만난 영화 '여행자'는 딱 내가 찾던 바로 그 영화였다. '여행자'(프랑스어 원제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