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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표현 가이드북』 펴낸 요시나가 마미 일본신문노조연합 위원장

 

“첫 승리에 흘린 남자의 눈물”, “이과女의 쾌거”, “노벨상은 내조의 힘” 등등.

언론에는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을 고착화하는 언어가 차고 넘친다. “이런 표현 이상하지 않아?”라며 여성 기자들이 현장에서 말해도 무시당하거나, 이해받지 못한다.

 

일본에서 언론인들이 만든 『실패하지 않기 위한 젠더 표현 가이드북』(쇼가쿠칸)이 나왔다. 젠더에 관한 왜곡된 표현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낀 기자들 스무 명이 참여, 아사히신문 노조의 나카즈카 쿠미코 씨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표현사례 제안부터 바람직한 성폭력 보도 방식, 온라인 매체의 성차별 보도 실태, 현장 인터뷰 조사까지 머리를 맞대고 뛰어들었다.

 

▲ 『젠더 표현 가이드북』을 펴낸 요시나가 마미 일본신문노조연합 중앙집행위원장. 1972년생으로 1998년 마이니치신문사에 입사했고, 성차별 실태를 조명한 기획연재 ‘유리천장’을 비롯해 젠더, 교육, 복지 등을 이슈로 취재와 집필을 해왔다. (사진: 오치아이 유리코)

 

때로는 단어 하나로, 가치관도 바뀔 수 있어

 

총괄을 맡은 신문노조연합 위원장 요시나가 마미(吉永磨美) 씨를 만났다. 그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문의 편집 현장, 특히 언론사 간부의 압도적 다수는 남성이라서 남성우월적인 가치관으로 기사가 선별되고 편집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표현도 성차별이면 이것도, 저것도, 하면서.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에게도 ‘자각이 없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물론, 말을 바꾸는 데서 끝나는 기술론으로 가이드북의 결론을 맺고 싶지 않았다.

 

“단어 하나로 가치관도 의식도 바뀌잖아요. 그래서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는 의식의 개혁. 거기에서부터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언론계의 노동방식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입사 당시부터 불편함을 느꼈어요. 주말도 쉬지 않는 엄청난 노동방식이죠. 그럼에도 자신의 일상을 희생하면서 일하는 문화가 있고, 그 연장선상에 여성에 대한 경시나 남성중심의 문화가 있습니다.”

 

자신이 소중히 대접받지 않는다고 느끼고, 인권 감각이 왜곡되고, 그 왜곡된 감각이 당연해져서 사람을 대면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위기의식. 지금은 거기에다가 디지털화로 부수를 줄이는 신문사의 경영합리화까지 가세한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을 동반해 약자 편에 서서 기사를 쓰는 생활보도부 계열이 ‘경영합리화’ 대상이 되기 쉬워서, 그쪽에서 실력을 쌓은 여성들도 승진이 어려워집니다. 선배들이 만들어온 자매애적인 문화도 무시당하고, 젠더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던 토대가 축소됩니다. 마이니치신문에서도 생활보도부가 없어지고, 어제도 어느 지방지에서 부서가 없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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