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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의 정치] 누구나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가 있다

 

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지나다 본 한 후보의 선전벽보에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소개가 쓰여 있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전문가’란 어떤 부동산에 투자할지, 부동산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빠삭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런 세계에서 부동산 전문가가 정치인이 된다? ‘발전’이라는 단어 뒤에서 적극적으로 개발이익을 추구하고 민간주도의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을 유치하려 들 것이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열망을 부추기는 정치는 왜 나쁜가? 투기는 안정적인 주거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2020년 기준, 103.6%다. 그런데 자가점유율, 즉 자기 소유의 집에서 살고 있는 비율은 57.9%다. 수도권의 경우 더욱 낮다. 주택보급률은 상승해왔지만 세입가구가 거의 절반에 달한다.

▲ 2020년 4월 3일, 코로나 위기 속에서 빈곤사회연대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 긴급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홈리스와 쪽방 등 열악한 거주지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 마련, 강제퇴거 금지 등 주거권 보장을 요구했다. ©빈곤사회연대

집을 꼭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내 집 마련’에 대한 광풍을 이해할 수 있는 건, 한국에서 자기 소유의 집이 없다는 건 안정적인 주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세입자가 짧은 임대 기간, 높은 임대료 인상, ‘깡통주택’, 불법 주택 등의 고충을 겪고 있다. 세입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집 소유의 열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을 하고 월급의 일부를 저축한다고 해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세상은 아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영끌’ 투자가 아니라, 안정적인 주거의 권리를 요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김보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활동가) 

 

‘집’이 재생산 권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대체 이 이야기들이 재생산 권리랑 무슨 상관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우선 안정적인 주거가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재생산권은 보장될 수 없다. 주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사람을 낳고 기르는 일이 쉽게 이루어질 리 없다. 임금의 많은 부분을 임대료로 써야 하거나, 집주인이 언제 갑자기 이사를 나가라고 요구할지 모르는 상황에 부닥치기 일쑤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임신과 출산, 양육을 결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장벽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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