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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서 밑줄 긋기> 어딘 작가의 『활활발발』을 읽고

 

[글쓴이: 달리] 여성들의 말과 글이 세상에 더 많이 퍼지고 새겨져야 한다고 믿으며, 서점에서 퍼뜨리고 싶은 여자들의 책을 고른다. ‘살롱드마고’의 신간 책장에서 마음에 새겨지는 책을 한 권씩 밑줄 그으며 꼭꼭 씹어 독자들과 맛있게 나누고자 한다. [일다]

 

청년 여성 작가들의 ‘활활발발’ 기세를 보며

 

글 잘 쓰는 지인이 ‘이슬아 작가에게 질투가 난다’는 말을 했을 때 난 몰래 안도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나만 찌질한 글쟁이가 아니었어! 휴우 다행이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쓰고 잘 써?” 

포인트는 그거였다. 지인의 말에는 질투를 넘어 감탄과 존경이 담겨 있었다. 

“그러게요. 그런데, 많이 쓰면 잘 쓸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앞에 놓인 음료 빨대를 쭉쭉 빨며 무심하게 답했지만, 솔직히 나도 그 비법이 무지 궁금했다.

 

작가가 어느 경지에 올랐다고 하여 공장처럼 글이 자동으로 척척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작품의 양과 질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슬아 작가를 비롯해 최근 눈부신 활동을 보여주는 일군의 청년 여성 작가들은 재능과 함께 성실함을 기본기로 갖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SNS로 보는 그들의 글 밖 일상은 예술가의 허세가 아닌 건강한 생활력과 담대한 정치 활동이 동시에 일렁이고 있다. 그들의 ‘활활발발’한 기세를 보노라면, 날마다 모닝페이지를 쓰기는커녕 아침에 일어나 눈곱을 떼는 것부터 우주의 기운이 필요한 나로서는 남은 생에 반성문만 써도 모자랄 것이다.(그 반성문도 입으로만 쓰겠지만.)

 

▲ 책 『활활발발: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들이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는 곳, 어딘글방』(어딘 지음, 위고, 2021)   (사진: 달리)

 

“요즘엔 궁지에 몰릴 것 같으면 문득 스승을 생각합니다. 저를 가르친 여자들은 모두 머리가 짧고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글도 무진 잘 쓰고 말도 무진 잘했습니다. 그 여자들의 압도적인 지성 밑에 납작 깔려서 옴짝달싹도 못 하며 이야기 쓰기를 배웠죠. 섹스 아니면 강간 얘기 하는 화난 여자애. 스승들은 그 애를 안전한 곳에 뉘어 뻣뻣한 목에 일침을 놓아주고 긴요한 창피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깨부순 자의식의 조각으로 공기놀이하는 법을 가르쳤죠. 무엇이 달라졌는고 하니 지금은 화가 덜 나고요, 밥을 잘하게 됐습니다.” ―‘담’의 글, 「지기의 편지4: 언니 그건 지난 학기잖아요」 중에서(『활활발발』 90~91쪽)

 

작년부터 같이 글을 쓰며 서로의 글을 보아주는 언니들 중 하나가 어느 날 단체 메시지방에 위의 글을 보내왔다. 멋진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그 청년 여성 작가들’을 키워낸 스승 어딘(김현아)이 그들의 글 수련 공간이던 ‘어딘글방’에 대한 책을 냈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을까. 그곳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 그리고 나는 왜 그런 스승을 만날 수 없었을까. 사실 이것이 가장 부러운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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