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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꿈꾸어도 늦지 않다 
 
나는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통해 그들의 어머니도 많이 만나면서 산다. 그녀들 가운데는 아이들과 관계없이 친하게 지내고 싶은 여성들이 있다. 또 지역문화센터에서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여성들을 만난다. 모두 자기를 계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그런 점을 좋아한다.

나는 자녀에게만 관심을 집중하는 어머니보다 자기 인생에 더욱 고민하는 여성을 좋아하고,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는 여성과 대화나누기를 참 좋아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녀들은 자기가 얼마나 능력있는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을 때가 많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고 있는 구청문화센터 수채화 반의 선영씨(가명, 43세)는 제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지 2년이 되었을 뿐이라는데, 제법 개성 있는 표현법을 가지고 있다. 사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보다 이미지를 강조해 감수성이 잘 드러나는 게, 그녀 그림의 매력이다.

난 선영씨는 화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의외로 소박하다. 그냥 좋아서 그리는 거라고. 화가라니 당치도 않은 말이라며, 자기 능력을 제대로 깨닫고 있지 못하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 주 사생대회가 끝나고 그녀와 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선영씨에게 화가가 되기 위해 애쓰라는 말을 좀더 진지하게 했다. 습작도 많이 하고 각종 콩쿨에 응모도 하고 무엇보다 ‘꿈을 가지라’고.
 
이런 말에도 별로 자신감을 보이지 않던 선영씨가,
“박완서씨도 사십이 넘어서 등단을 했어요!”라는 말에는 눈을 동그리며,
“아! 그래요?”하며, 제법 관심을 보인다.

40대에 그림을 시작해 50에 전문 화가가 된다 해도, 50,60,70대까지 활동을 한다면 벌써 30년이 아니냐며, 꿈을 이루기에 너무 젊은 나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녀도 박완서씨의 예나 내 나이 계산법 앞에서는 희망을 읽는 듯 했다. 그렇게 선영씨와 헤어져 집에 들어서려는데, 아파트 입구에서 지혜 어머니를 만났다.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하고, 마침 며칠 전 상빈이 어머니로부터 그녀가 방송대에서 유아교육학을 공부하고 있고 곧 졸업을 할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그걸 화제로 꺼내며 정말 대단하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공립유치원 교원채용시험’에도 도전해 보고 싶지만, 서른여덟 살이라는 나이가 너무 부담이 되어 망설여진다고 마음의 말을 꺼냈다. 나는 유치원에서 평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 친구의 고민을 예로 들며, 40대에 유치원 평교사로서 겪는 고충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해드렸다.

나는 그녀에게 유치원에 취직하는 것보다 공부를 하고 있는 현재 분위기를 유지시켜 대학원에 진학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방송대 졸업장을 가지고 40대에 사회에 나갔을 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석사과정에 진학하기 위한 졸업장으로는 충분할 거라고.
 
“그럼 아이들에게 투자는 어떻게 해요?”라고 반문하는 그녀에게,

“아이들에게 투자는 못하죠! 아이들 말고 자신에게 투자를 하는 거예요. 또 지금이 아이들에게 들어갈 돈도 제일 적을 때잖아요! 점점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에게 진짜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자기 꿈을 위해 투자할 엄두는 절대로 내지 못할 거예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그러면서 난 그녀에게 자신을 더 업그레이드시킬 것을 강하게 권했다. 그녀도 생각지 못한 대학원 진학에 흥미가 없지는 않은 듯 했다.

선영씨와 지혜 어머니는 자기의 취미를 연마하고 자기를 계발시키기 위해 탐구하고 있으니, 다른 이들에 비하면 꿈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것이 한계를 넘지 못할 때가 있다. 그저 취미나 불안정한 취업의 발판 수준에 만족하는 그녀들이 더 큰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물론, 유명 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 뒤늦게 전문 화가를 지망한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고 비웃음 당할지도 모른다. 대학원 석사학위도 사회에 나갔을 때 아무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꿈을 꾼다는 것, 그 꿈을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바로 그 삶이, 그렇지 않은 삶과 똑같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꿈이 있는 사람과 꿈이 없는 사람의 삶은 분명 다를 거라고 본다.

그러던 차에 선영씨로부터 지난 주 사생대회에서 입선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일다 www.ildaro.com [정인진의 교육일기] 내게도 용감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 꼴찌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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