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다. 부모의 자식사랑을 주로 빗대는 이 속담은, 그러나 알고 보면 거짓인 경우가 많다. 정말로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일까? 바로 나의 경험, 그리고 내 친구들의 경험, 그 친구들의 주위사람들의 경험을 모아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차별받고 자란 아이, 자아존중감 갖기 어려워

일러스트-오승원 작 ⓒ일다

자라면서 어떤 아이는 부모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또 어떤 아이는 사랑대신 미움을 받으며, 또 다른 어떤 아이는 무관심 속에 큰다. (여기서 ‘부모’란 반드시 낳아준 사람들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나는 부모가 둘 이상의 자녀를 두었을 때, 자녀에게 별로 공평하지 않은 대우를 많이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여자형제만 있는 가정에서 자란 것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부모라면 당연히 자녀를 사랑스러워한다고 생각했던 시절, 주위 여자친구들이 털어놓은 속내는 내게 꽤나 충격이었다. 딸만 다섯 있는 집에서 막내딸로 태어난 한 친구는 자기 낳고 어머니는 미역국도 못 드셨고, 자기가 너무 미워서 죽으라고 엎어놓았었다는 얘길 아무렇지도 않게 꺼냈다. 그 친구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른 친구들도 집에서 오빠, 혹은 남동생에 비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커왔는지 얘기했다.

어렵게 살던 시절, 어쩌다 맛있는 것이 생기면 늘 오빠 준다고 딸은 손도 못 대게 했다는 얘기, 아버지가 밖에서 자식이라고는 아들 둘만 있는 것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말한다는 얘기, 수험생은 자신인데도 늦게 들어오는 남동생 밥 차려줘야 한다는 얘기, 오빠한테 얻어맞아서 온 몸이 시커멓게 멍이 들었는데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울부짖는 자기에게 부모님이 오히려 화를 내셨다는 얘기 등. 나는 평범해 보이는 친구들이 집에서 그런 차별대우를 받고 커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교육학을 잠시 배울 때, 자녀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애정’이라고 배웠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이런 얘기도 있었다. 아이가 부모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켜주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아이가 자라면서 자아존중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병적인 남아선호사상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태어나면서부터 주위 어른들로부터 “왜 태어났니”하는 시선을 받는 딸들이 있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자아존중감을 갖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딸이기 때문에, 아들인 오빠나 남동생에 비해 집에서 ‘가벼운’ 존재로 인식되고, ‘덜 소중한’ 자식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억울하고 또 섭섭한 일인가. 또한 그것은 딸, 아들 모두에게 사회의 ‘성차별’을 자연스럽게 내면화시키는 사회화 과정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사회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젊은 부부들도 아들 낳기를 원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언제까지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될지 답답해진다.

‘편애’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노력 필요해

사실 부모의 ‘편애’는 반드시 남아선호사상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전에 미국의 어떤 주에선가 부모가 자녀를 ‘편애’할 때 처벌을 하는 법을 도입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자녀라 해도 더 예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게 마련이고, 사람의 감정이야 어떻게 통제를 할 수 있을까마는, 나는 그 소식을 접했을 때 부모의 ‘편애’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 지를 인정했기 때문이리라 짐작했다.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과 관심이 다른 형제와 ‘차등’이 있을 때 그 자녀가 받는 마음의 상처는 매우 크다. 때로 너무나 노골적으로 자식에 대한 ‘편애’를 드러내는 부모의 모습을 볼 때, 저것은 자녀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생각마저 든다. 가령 어릴 적 한두 번 미운 털 박혔다고, 자라면서 무엇을 해도 곱게 보지 않고 나무라기만 하는 부모의 모습이 그런 것이다. 다른 형제자매와 비교하면서 “너는 어째 동생만도 못하냐”는 말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편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녀들은 눈치껏 알고 있다. 자신의 부모가 누굴 더 아끼는지, 누구에게 더 기대를 하며, 누구에게 더 의지하는지 그런 것들을 말이다. 어쩔 수 없는 감정들이 자녀에게 서운함과 상심을 가져다 주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부모가 자녀들을 공평하게 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도 자라면서 그런 부모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세상의 모든 부모가 자녀를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대우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오현주일다는 어떤 곳?

[양육] “이런 게 진짜 교육 아니겠니?” [양육] ‘부모 되기’ 교육 필요하다  [양육] ‘품 안의 자식’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