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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자가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그 요건과 관련 절차를 규정한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국가인권위원회가 17일 국회의장에 권고했다. 또한 현재 대법원이 자체 마련한 성전환자 성별정정 허가와 관련한 지침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대폭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로써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을 정정하는 과정이 이제껏 국가의 ‘관리’차원에 중심을 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성전환자의 ‘인권’을 중심으로 재구성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을 받게 됐다.
 
성전환자 성별정정 ‘하늘의 별 따기’여서야
 
타고난 생물학적인 성별과 스스로 귀속감을 느끼는 성별이 다른 트랜스젠더들의 삶은, 남녀의 성별이분법이 강한 사회일수록 힘겨울 수밖에 없다. 트랜스젠더들 중에는 성호르몬 투여 등 의학적 조치를 통해 신체의 변화를 가져온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은 호적상으로도 성별을 바꾸었을 때만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에 대해 오랜 기간 그 가능성의 문을 닫아두었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정정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2006년 6월에 와서다. 대법원은 그 해 9월, ‘성전환자 성별정정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제정했다.
 
그런데 대법원이 마련한 사무처리지침은 성별정정 허가요건을 너무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어, 실제로 성별정정을 원하는 성전환자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지침을 성전환자의 성별정체성이 인정되고 인권과 성적 시민권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개정하도록 대법원에 권고했다. 또한 성전환자에 대한 비밀누설 금지조항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성기성형수술 등 대법원이 정한 요건은 ‘인권 도외시’
 
대법원의 지침에서 가장 문제가 된 조항은 성기수술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권위는 이미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성호르몬을 투여 받고, 성선 제거 등을 통해 성전환을 위한 의료조치를 한 사람에게 외부성기 성형수술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전환자들이 신체 변경에 대한 의학적 조치를 선택할 경우,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성호르몬을 투여 받고 다음 단계로 외과적 수술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외부성기 성형수술은 경제적 비용과 수술 난이도, 후유증 등이 크기 때문에 극소수만이 감행한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2007년 개최한 ‘성전환자 성별 변경에 관한 성전환자 증언 및 전문가 토론회’에 증언자로 나선 FTM(여성->남성) 성전환자의 증언을 인용했다. FTM의 경우, 성기성형수술이 최소 12시간 이상 소요되는 대수술이고 고난이도의 기술이 요구되며, 회복기간도 몇 개월에서 수년에 달하고, 비용이 2천만 원~1억 원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것.
 
인권위는 성기성형수술과 같은 외과수술을 성별변경의 필수요건으로 할 경우, 경제적 부담과 연령이나 건강에 따른 수술 위험성 등 이유로 수술을 하기 어려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은 “애초에 봉쇄되고 만다”며, 이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성전환자의 기본권 보장하는 특별법 마련 주문
 
또한 만 20세 이상일 것으로 못박은 조항도 “성년자를 원칙적 대상으로 하되, 미성년자일 경우에도 부모나 법적대리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성별 변경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혼인한 사실이 없을 것”과 “자식이 없을 것”을 전제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 혼인경험이 있는 것과 성별변경과는 아무 합리적 연관성이 없으므로 이 조항을 “현재 혼인상태에 있지 아니할 것”으로 개정하고,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도 성별 변경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미성년자의 자녀가 있는 경우엔 자녀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병역의무를 이행하였거나 면제 받았을 것”, “범죄 또는 탈법행위의 의도나 목적이 없을 것”, “부모의 동의서를 제출할 것” 등의 전제조건들도 성전환자에 대해 인권침해적이고 차별적인 규정에 해당한다며 문제점을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나아가 인권위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관련법을 조속히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에 대한 요건 및 절차를 규정한 특별법을 마련하라고 국회의장에게 권고했다.
 
이미 2002년에 김홍신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6년에는 노회찬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발의로 성전환자의 성별변경에 관한 특례 법안을 제안했으나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인권위의 권고조치로, 국내서도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관련 특별법 제정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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