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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학생에게 체벌을 절대 하면 안 되느냐, 경우에 따라서는 체벌을 해도 괜찮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있었고, 지나친 체벌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각 학교에서도 체벌 기준을 정해 교칙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매는 몇 센티미터 정도 길이여야 하고, 각이 진 것은 안 되며, 한 번 때릴 때 몇 대 이상 때리면 안 된다는 것 등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논쟁을 하려고 하면 진부한 이야기들이, 이미 많이 반복된 이야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육현장에 있다 보면 ‘체벌’만큼 교사를 고민케 하는 주제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사로서 깨달은 '체벌을 해선 안 되는 이유'

5년차 중학교 교사인 나는 평소에 ‘체벌은 하면 안 되고, 정말 필요한 경우에는 최후의 수단으로써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이를 실천하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학교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매를 안 대려고 참고 참고 또 참고, 학생들과 대화로 풀려고 하다가도 어느 순간 내가 정당한 지시를 했는데 학생들이 따르지 않는다고 느낄 때, 매를 들기도 했다.

올해 1학기에 매 안 들고 교과 수업과 학급 운영을 잘 해왔는데, 2학기에는 지각을 일삼고 자기 일 안하고 자꾸 뺀질거리는 녀석과, 자리를 맘대로 바꿔 앉아 교실 수업 분위기를 망친 우리 반 아이들 8명에게 엉덩이를 열 대씩 때려줬다. 80대를 있는 힘껏 때린 날에는 손과 어깨, 발목이 쑤셔서 잠을 설쳤고 새벽에 남편에게 주물러 달라고 부탁을 해야 할 정도였다.

 
학생들에게 체벌을 한 것이 옳았다고는 절대 이야기할 수 없지만 학급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학생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당시 상황에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사 한 명이 책임져야 하는 학생수가 지나치게 많은 현실에서 교사는 어쩔 수 없이 매를 들 때가 있고 나 역시 그러하지만, 며칠 전 학생들을 때리고 나서 느낀 점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체벌을 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첫째, 때리는 순간 교사가 매우 감정적이 된다. ‘너는 무엇을 잘못 했으니까 매를 몇 대 맞는다’는 것을 학생에게 이야기한 후 학생의 동의를 받고 체벌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 교사가 화가 나서 감정적으로 학생을 때리는 것이 교육적 효과가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교육적 효과가 없을뿐더러 교사와 학생 사이의 신뢰에 엄청난 금이 생기게 한다.

 
그러면 학생의 동의를 받고 체벌을 하는 경우는 얼마나 교육적인가? 내 경험상 ‘너는 이러 이러 해서 5대 맞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때리더라도, 때리다 보면 나 스스로 더 화가 솟구쳐 올라서 더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때리기 전에는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고 그 학생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때리는 순간에는 사실 그 아이에 대한 미움의 마음이 더 컸다. 교사 마음이 그런데 그 매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둘째, 교사가 매를 들수록 학생들은 거기에 길들여지고 폭력을 쓰는 법을 배운다. 사실 매 없이 올해를 버티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던 것은 학생들이 이미 다른 선생님에게서 매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우리 반에 키 큰 민수(가명)는 ‘잘난 척 하고 밥 맛 없는' 영수(가명)를 때려서 문제를 일으켰는데, 왜 그랬냐고 이유를 물으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놈 버릇 못 고친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영수가 잘난 척 하고 제 멋대로 군다고 해서 네가 폭력을 쓰면 안 된다”고 민수에게 말했지만, 영수를 대하는 민수의 모습이 마치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모습과 어쩌면 그리 닮아 있는지 놀랐다.

셋째, 학생들이 약자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이기에 더더욱 교사는 매를 들면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는 함부로 행동하게 되기 쉽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기를 많이 단련시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을 진정한 인격체로 생각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때 둘 사이의 관계는 획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교사들이 때리는 것도 습관이 된다. 매를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은 매가 손에 없으면 허전하고 안정이 안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식당에 밥 먹으러 갈 때도 매를 들고 가기도 한다. 안 때려 버릇하면 안 때리고 넘어갈 수 있는 일도, 때려 버릇하면 손이 먼저 나간다.

교사가 매를 들지 않고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까? 현실적인 여건이 열악하긴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매를 드는 것은 가장 손쉽게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나는 교사에게는 반드시 ‘일관성, 단호함, 엄격함’이 필요하고, 이것이 있으면 매를 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올해 매를 들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자질을 갖지 못해서였다고 판단한다. ‘일관성, 단호함, 엄격함’을 갖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교사라면 반드시 견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 역시 올해 남은 2학기에 매를 들지 않을지 아직 자신이 없다. 일관성과 단호함을 가지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일도 아닐뿐더러, 올해 초 잘못 끼운 첫 단추 때문에 이미 형성된 학급의 분위기나 문화를 쉽게 바꾸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매로 학생들을 위협하거나 매를 들고는 마음 상해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방법을 찾아내고, 한편으로는 단호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교사가 말하는 '체벌을 해선 안 되는 이유'
[여성주의 저널 일다]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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