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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사라지는 제3세계 국가들

남태평양에 위치한 ‘투발루’라는 국가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급기야 2001년 국토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과학자들이 21세기 안에 투발루는 물속으로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농토가 부족해져 깡통에 흙을 담아 나무에 매달아놓고 농사를 짓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투발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투발루’ 옆에 있는 ‘키리바시 공화국’의 경우는 이미 섬 2개가 바다에 가라앉았고,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양의 ‘몰디브’ 역시 금세기 안에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란 진단을 받았다.

기후변화의 책임과 피해, 국가간 불평등 확대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미명 하에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책 중 일부는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착취가 전제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이오 에너지이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바이오 에너지는 생산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광활한 토지가 필요하다. 현재 유럽에서 쓰고 있는 바이오디젤의 대부분은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디젤은 경작지가 많이 필요하고 생산성이 높은 작물을 단일 경작하기 때문에, 생산국가의 ‘생물 종 다양성’을 파괴하는 또 다른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열대 우림에 기반해 살고 있는 주민들은 생활기반이 위협을 받게 되고, 일부 주민들은 값싼 임금을 받는 노동자 신분이 된다.

바이오 디젤이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줄지는 모르겠지만, 제3세계 주민들은 선진국 사람들의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삶의 터전을 잃고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제3세계에서 생산한 바이오 에너지 중 자국에서 쓰이는 양은 매우 미미하다. 결국 제3세계의 모든 자원과 역량이 선진국을 위해 쓰이고 있는 셈이다.  [이진우/ 환경정의 초록사회국장 기사에서 발췌]

팜오일, 미래연료로 적합한가?

© Greenpeace / Oka Budhi

삼성과 SK 등 한국 대기업들이 바이오연료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기업들의 최근 행보는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에 보조를 맞춘 것이기도 하다. 대기업들은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여 원료기지를 확보하고 있는데, 현재 인도네시아, 라오스, 필리핀 등에 작게는 1만ha, 많게는 100만ha를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바이오연료 생산과정에 문제가 있고 현지 주민들의 인권과 지역환경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팜오일은 최근에는 바이오디젤로 각광받고 있지만, 지난 150년 동안 식용유와 아이스크림, 마가린, 비누, 샴푸,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도 사용돼왔다. Unilever, Cargill, ADM, Gloden Hope, Sinar Mas, P&G, KRAFT, Nestle, McCain, Pizza Hut, Burger King, Cadbury Schweppes, Danisco가 팜오일을 취급하는 대표적인 초국적기업들이다.
 
팜오일 시장은 2020년까지 매년 4%씩 성장하여 지금보다 2배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부터 인도네시아가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최대생산국이 됐다. 두 나라의 생산량을 합치면 세계 팜오일 생산의 90% 정도이며, 이는 바이오디젤의 20% 정도 되는 수치다.

지난 5월 26일~6월 6일까지 10일간, 에너지정치센터와 환경정의는 인도네시아 팜오일 감시단체인 Sawit Watch와 함께 인도네시아 자바, 수마트라, 칼리만탄 지역의 팜오일 플랜테이션 현장을 조사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968년에 12만ha였던 팜오일 플랜테이션이 2005년에는 600만ha로 확장됐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계획과 외국기업 투자상황을 종합해 보면, 수마트라 784만ha, 칼리만탄 750만ha, 술라웨시 150만ha, 파푸아 30만ha, 총 1984만ha의 열대우림이 플랜테이션 용도로 개발될 예정이다. 한반도만한 면적의 열대우림이 벌목되거나 불타 없어지게 된다.
 
현재도 농촌주민들과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아예 사라지고 있는 형편인데,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열대우림 근처에서 살고 있는 현지 주민들은 플랜테이션 확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이정필/ 에너지정치센터 영상.미디어 팀장 기사에서 발췌]


[현지 인터뷰] 땅 잃고 건강까지… 팜 농장 여성들

▲팜농장서 일하다 한쪽 눈의 시력 잃은 '조' ©에너지정치센터
“난 오래 전에 이혼을 했어요. 큰 아이가 18살이고 그 아이가 비록 일을 한다고 하지만, 네 명의 아이들 모두 나에게 의존하고 살아요. 그래서 난 아파서도 안 되고, 다쳐서 병원비가 들어도 안돼요. 그런데 이미 한쪽 눈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고, 등은 무거운 농약살포기를 견디지 못해 혹이 나기 시작했어요. 매일 나던 기침에 이제는 피까지 섞여 나오고 있구요. 이러다 정말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에요.”
 
‘조’라고 소개한 중년여성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녀의 한쪽 눈은 우리를 보지 못한 채 인터뷰를 하는 내내 허공을 보고 있었다. 팜 농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제초제와 같은 독성이 강한 농약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것이다.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매우 안타까웠던 것은, 그녀의 시력을 빼앗아간 팜 농장이 지금은 팜 기업의 땅이 되었지만 예전엔 그녀의 소유였다는 점이다. 조는 이제 땅을 잃어버리고, 팜 기업의 노동자로 고용돼 일하며 농약과 화학비료로 인해 건강까지 잃었다. 그녀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미래를 생각할 때 최악의 상황으로 걱정했던 일이, 당장 현실의 문제로 코 앞에 닥쳤다.
 
조는 예전에는 논농사를 짓던 농부였다. 그러나 정부는 그들의 땅을 팜 기업에 넘기도록 권고했다. 대신 기업은 그들에게 땅 크기만큼의 지분을 주기로 약속했다. 또한 일자리도 제공하겠다고 그럴싸한 제안을 했다.
 
그녀가 팜 기업에 땅을 뺏기고 농장에서 13년간 일하는 동안, 기업은 그녀에게 어떤 지분도 주지 않았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농약과 제초제, 그리고 강한 화학비료 때문에 생긴 갖가지 병마뿐이다. [조보영/ 환경정의 초록사회국 간사 기사에서 발췌]

대규모 팜 농장을 통한 바이오디젤 생산은 중단돼야

선진국이 시도했던 바이오에너지는 분명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어마어마하게 진행된 팜 농장 확대는 인도네시아의 사회,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쌀 경작지마저 팜 농장으로 바뀌어 졸지에 일터를 잃은 농민들, 강 상류에 들어선 팜 농장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로 인해 병들거나 변이된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어부들, 농약에 중독되어 피를 토하는 아이들, 경작지 감소로 인해 쌀 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싼 식량을 찾아 줄을 서는 여성들,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온가족이 팜 농장에서 적은 임금을 감수한 채 일하는 광경들. 이것이 지금 인도네시아의 풍경이다.
 
생태적으로 보아도 인도네시아는 암울하다. 산림 파괴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로서, 지금까지 외국의 팜 기업들에게 받아들인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해 써야할 형편이다. 또한 해마다 멸종되는 생물 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보존해야 하며, 이를 위해 막대한 돈을 부어야 한다.
 
21세기 에너지의 문제는 더 풍요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인권의 문제이다. 선진국들은 그들의 삶을 위하여 제3세계 시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를 그만두어야 한다. [조보영/ 환경정의 초록사회국 간사 기사에서 발췌]


※ 일다는 에너지정치센터와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 관련 기사를 공동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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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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