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더 아프게 만드는 ‘질병 낙인’ 잘못 살아온 결과라는 징벌서사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칼럼에 인용된 사례는 모두 사전 동의를 받았습니다. 암에 걸린 것이 왜 창피한 일이라고 느꼈을까? “유방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병원 옥상에 올라가고 싶었어요. 가서 딱 뛰어내리고 싶더라구요. 너무 창피해서, 남 보기 부끄러워서.” 염색약을 밀어 올린 흰머리가 소복한 그녀는 마이크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암 진단 직후 수술을 했고, 2년간 항암을 했으며, 10년 전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남편과 자식들을 제외하곤 친척도, 친구도, 아무도 자신이 암 환자였다는 걸 모른다고 했다. 남한테 얘기하는 건 여기가 처음이라..
[몸 이야기] 자궁 초음파 검사를 받고서 난생 처음 초음파로 내 자궁을 봤다. 흐린 흑백 화면이라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의사는 연신 “저기 보이는 게 질이고, 여기가 자궁이고, 여긴 난소고…” 어쩌고 하는데, 정말이지 자궁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스케일과 다르게 참 작은 기관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생물 교과서에서 봤던, 성교육을 받을 때 봤던 자궁의 단면은 완벽한 5 대 5의 대칭을 이루는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모습이었는데, 의사가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얼추 그려준 내 자궁의 모습은 상당히 비대칭적이었다. 내가 알던 그림과 달라 나한테 문제가 있는가 싶어 잠시 놀랐다가 ‘아, 자궁도 사람마다 다를 테지.’ 하고 새삼 깨달았다. 사실 내게 자궁은 애물단지와도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를 낳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