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두려워하고 금지하는 ‘선생님’들에게 권하는 책슬로베니아 그림 동화 『첫사랑』 스물여섯이 되는 생일날, 밤기차에 타고 있었다. 겨울 바다를 여행하기로 한 친구들 몇은 먼저 내려갔고, 나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S와 만나 뒤늦게 출발했다. 자정이 넘은 어느 순간, S가 내 앞에 촛불이 켜진 작은 케이크를 내밀었다. 기차에서 불이라니, 얘는 어쩜 이런 일을 벌이나! 놀라서 화가 났다. 서둘러 촛불을 끄고 손으로 연기를 휘휘 저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 S는 내 속은 모르는 듯, 언젠가 내가 예쁘다고 말했던 군밤 장수 모자를 내밀었다. 부끄럽게 선물을 건네는 S를 보자니 혀가 끌끌 차졌지만, 그보다 이 상황이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났고, 무엇보다 고마웠다. 브라네 모제티치 글, 마야 카스텔리츠 그림 『..
약한 존재의 생존법글그림책 이 아름다운 이유 (술술씨) Feminist Journal ILDA 나는 한 뭉치의 약값 영수증을 놈의 얼굴에 들이밀다 공중에 뿌렸다. “내가 왜 상담 받아야 되는데? 동생한테 좆이나 빨게 하는 너는 왜 멀쩡하게 세상 잘 사는데? 엄마 아빠는 왜 너만 감싸는데?” (후략) “착각하나 본데, 니가 병원에 간 건 약해서야.” “뭐?”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억울하면 강해지라고. 엄마가 그랬어. 우리 가족 다 멀쩡한데 니 정신이 약해서 병원에 간 거라고.” 놈이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 맥이 탁 풀렸다. - 노유다 글그림책 중에서 ▶ 노유다 글그림책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 단어는 ‘약함’이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약함이 있다. 표준대국어사전의 도움을 받아 이 작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