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신의 생활문학’ (12) 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엄마랑 사이 좋으니. 뚜렛증후군으로 정신과 진료를 마치고 일어서는 딸에게 의사가 묻는 말이다. 출입문 고리를 잡고 있는 딸의 등을 슬며시 밀면서 비열하게 웃었다. 다음에 뵙겠다고 목례를 하면서 의사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딸에게 묻던 말이 귀를 관통하고 심장에 고인다. 혈관을 타고 흐르지 못한 채 고여서 저 혼자 펄떡거렸다. 약국으로 걷는 동안 식은땀이 밴 손으로 딸의 손을 잡는다. 답답하..
일다는 개인의 입체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의 삶’을 반추해보는 생활문학 칼럼을 개설했습니다. 필자 윤춘신님은 50여 년간의 생애를 돌아보며 한부모로 살아온 삶 이야기, 어머니와 할머니와 외숙모 이야기, 일터 이야기, 그리고 딸과 함께 거창으로 귀농한 현재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언 땅에서 함께]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금원산 정상에서 골바람이 불어온다. 정수리로 들어온 바람을 어금니로 물었다. 바람을 삼키지 않은 체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털신 밑에서 오도독 눈 깨지는 소리가 난다. 일부러 녹지 않은 눈길을 밟았다. 읍내 나가는 이장님 차를 얻어 타고 딸과 목욕탕엘 다녀오는 길이다. 하루 네 번 운행하는 버스 차 시간을 놓쳤다. 다음 차 시간에 맞추려면 한 시간을 길바닥에서 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