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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열이 찾은 전시: <강 강 강 강, 사진가들 강으로 가다>展 

낙동강 photo by 한금선

간만에 하늘이 높고 푸르다. 평일 오후인데도 경복궁역은 경계가 삼엄하다. 어린 얼굴을 한 경찰들 사이를 지나 청와대로 향하다 보면 허름한 식당이 나오고, 그 옆으로 난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말끔한 한옥 전시관이 있다. 빌딩 숲 한복판, 사라지고 있는 한옥들 사이에서 온전히 몸 보존하고 있는 이 말끔한 한옥에 사진전 “강 강 강 강”이 흐르고 있다.
 
파아란 잔디를 다치게 할 세라 조심조심 징검다리를 건너 들어간 전시공간에는 사진이 흐르고 있다. ‘보’(洑: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해서 하천에 둑을 쌓아 만든 저수시설) 공사를 위해 훼손되고 갈아엎어지고 있는 4대강(금강, 낙동강, 영산강, 한강) 곳곳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우리 전통 가옥의 ‘보’(지붕 또는 상층에서 오는 하중을 받는 재로서 기둥 또는 벽체 위에 수평으로 걸친 구조부재)에 자르지 않은 롤 인화지 그대로 걸려 있다.
 
보통 대부분의 사진은 이미지가 출력된 부분만 액자에 끼워진 상태로 전시된다. 사람들은 그 이미지만을 본다. 그 이미지를 우리가 볼 수 있도록 잡아주는 인화지는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강 강 강 강” 전시에서 사진은 이미지만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지지하고 있는 인화지와 함께 제시되고 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인간의 삶이란 생태계의 일부임을 강조하기 위한 작가들의 의지가 반영된 설치방식인 것이다.
 
낯설면서도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흐르는 인화지에는 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 4대강 사업의 현장과 파헤쳐지고 무너지는 생태계의 현주소가 담겨 있다.
 

photo by 한금선

34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던 것과는 달리 거대한 트럭만으로 가득 찬 공사현장(금강, 이상엽)과, 곡선으로 흐르는 강을 따라 형성된 습지가 직선으로 늘어선 파란 깃발의 표시대로 잘려나가고 있는 모습(낙동강, 조우혜), 그리고 포크레인의 바로 아래 놓인 나무 한그루(낙동강, 한금선)와 마주서면 중장비의 굉음이 귓전을 때리는 듯 어지럽다.

 
야간 개장한 놀이동산처럼 환상적인 조명을 내뿜고 있는 공사장(낙동강, 김흥구)과 강가의 텅 빈 놀이터에 홀로 유령처럼 매달려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영산강, 강제욱)은 기이한 두려움을 준다.
 
공사현장을 등진 할아버지의 축 처진 어깨(낙동강, 김흥구)에 떼죽음 당한 물고기들의 생생한 모습(한강, 최항영)이 오버랩 되고나면 10명의 사진가들의 다짐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흐르는 아픔을 그저 바라보기가 힘들어 기록에 나섰습니다.”
“이 기록이 전부는 아닙니다. 기록은 시작일 뿐입니다.”

기간: 2010년 5월 25일~5월 30일 7시까지

장소: 서울 통의동 사진위주 <류가헌> ryugaheon.com (02-720-2010)
참여작가: 강제욱, 노순택, 김흥구, 성남훈, 이갑철, 이상엽, 조우혜, 최항영, 최형락, 한금선
주최: 프레시안

"강 강 강 강, 사진가들 강으로 가다"展 _ 금강의 모습 _ photo by 이상엽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60년대 일자리 찾아 상경한 ‘순이’들의 역사 / 이충열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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