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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힘은 자기 속에 있다 (정인진의 교육일기)

세상에 꼭 나쁜 일은 없다는 걸 생각해보는 공부는 3학년 이상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철학 프로그램’에서 하고 있지만, 1~2학생들과 공부하는 ‘독서 프로그램’에서도 다룬다.

 
살면서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크고 작은 나쁜 일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러나 나쁜 일이 꼭 나쁜 일로 끝나지만은 않는다는 데 주목하면서, 나쁜 일을 당했을 때 어떤 마음 자세가 필요할지를 함께 생각해보고 있다. 시련 앞에서 너무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벌떡 일어나 그것을 더 좋은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아주 어린 아이들과도 이 공부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캐빈 행크스의 <오늘은 좋은 날>(도서출판 마루벌)이라는 동화책을 텍스트로 다룬다. 지난 주, 2학년인 아영, 태준, 한결, 혜진이와 이 책을 가지고 공부했다. 우선 함께 책을 읽고, 첫 질문으로는 <‘오늘은 좋은 날이야!’라고 생각하게 하는, 좋은 일에는 무엇이 있나요?> 물었다.
 
아이들이 좋은 일이라고 발표한 여러 의견들 속에는 그들의 순진함이 잘 담겨 있었다. 발표한 것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 게임을 할 때.
2) 엄마가 만화책을 사줄 때.
3) 생일잔치를 하고 선물을 받을 때.
4) 온 가족과 친척들이 다 함께 점심을 먹을 때.
5) 아빠가 출장을 갔다가 장난감을 사가지고 왔을 때.
6) 차를 타고 멀리 가서 게임을 많이 할 수 있을 때.
7) 엄마가 내가 원하는 책을 사주실 때.
8) 가족들에게 칭찬을 받을 때.
 
이제, 본격적으로 나쁜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우리를 속상하게 하는 나쁜 일은 없을까?> 물었다. 그리고 <그것들 가운데 그 나쁜 일로 인해 좋은 일이 일어난 적은 없는지> 찾아보게 했다. 대답들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1) 시계가 멈춰 시간을 못 알아 볼 때 => 시계가 멈추면 시간을 몰라서 학원을 안가도 된다.
2) 내가 아플 때 => 아프면 엄마가 친절히 대해준다.
3) 할머니가 병이 나셨을 때 => 할머니가 아프셨는데, 내가 열심히 춤과 노래를 선물해 드렸더니, 나도 기쁘고 할머니도 건강해지셨다.
4) 오빠나 언니가 없어서 외롭다. => 외롭긴 하지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서 좋다.
5) 동생과 싸울 때 => 동생과 싸울 때, 동생에게 참았던 것을 다 날려버릴 수 있다.
6) 학원을 많이 가야 될 때 => 학원은 많이 가서 힘들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그럼, <나쁜 일을 당했을 때, 계속 속상해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물었다.
 
이에 대해 한결이는 ‘나쁜 일이 생겨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는 좌절하면 쉽게 끝나게 되고, 열심히 하면 더 발전이 되기 때문이란다. 또 혜진이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좌절금지!>라고 표지판을 붙이는 게 좋겠다고 대답했다. 좌절금지라는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자기 몸에 덮여있는 흑이 모~두 백으로 바뀌는 상쾌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꼭 나쁜 일은 없다’는 생각을 좀더 구체적으로 현실에 적용시켜 볼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한 친구가 속상한 일을 당해 슬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친구를 어떻게 위로하겠습니까? 오늘 공부한 것을 잘 생각하면서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해 보세요.>
 
이에 대해, 아영이는 예를 들어가며 질문에 자세하게 답했다.
“석진아, 왜 울고 있니? 네가 생각을 잘 하면, 그 나쁜 일 때문에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어! 너도 생각해봐. 난 내가 아끼는 운동화를 엄마가 빨아, 못 신어서 슬펐는데, 운동화가 더 깨끗해진 거야! 이렇게 나쁜 일 때문에 좋은 일도 생겨. 그러니 속상해하지 말고 끈기를 갖고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봐! 그러면 끈기를 가져서 좋은 일이 생기고, 그 나쁜 일은 사라질 거야.”
 
태준이 역시 구체적으로 의견을 잘 썼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친구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 왜냐하면 그 속상한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은 점도 있어. 예를 들어, 숙제가 많이 있어도 몇 시간이면 다 하잖아! 나쁜 일이 일어날 때는 좋게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좋아. 그 이유는 좋게 할 수 없다는 마음을 가지면, 더 안 되기 때문이야. 알았지! 안녕.”
 
아이들이 생각해낸 것처럼, 시련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힘을 누구나 자기 속에 가지고 있다. 그것을 깨우지 못한 사람과 그것을 깨워 아주 튼튼한 존재로 키운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오늘 배운 걸 잊지 않고, 자기 생활 속에서도 잘 적용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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