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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노동위원회에서도 복직시키라고 결정이 났는데, 회사에선 대법원까지 가겠다고 하고. 보훈처도, 노동부도, 아무도 책임을 지는 이가 없어요. 우리 조합원들은 하루하루 고통을 받고 있는데!” (김은숙/ 전국여성노조 88cc분회)

88cc 경기보조원 58명 해고, ‘노동조합 탄압’의 전형

 

88cc분회 김은숙 분회장은 조합원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국가보훈처 앞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조이여울

골프장인 용인 88컨트리클럽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부터 경기보조원들에 대해 제명, 출장유보 등 사실상 집단해고 사태가 일어났다. “고객불친절”을 사유로 첫 해고가 이루어진 이후,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했다며 52명이 한꺼번에 징계를 받는 등 지금까지 총 58명이 해고를 당했다.
 
이 58명의 경기보조원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전국여성노동조합 88cc분회 소속이다. 즉, 88cc에서 발생한 집단해고 사태는 전형적인 ‘민주노조 탄압’인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지난 4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사측인 88관광개발㈜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조합원들의 출장유보조치를 취소하고 수입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잇따라 중앙지방위원회에서도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리며, 조합원들을 복직시키고 임금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사건은 아직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9월, 88cc분회 김은숙 분회장(37)은 국가보훈처 앞에서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의 농성에 들어갔다. 해고당한 경기보조원들이 국가보훈처에 책임을 묻는 이유는, 88관광개발㈜이 다름아닌 국가보훈처가 위탁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김은숙 분회장이 공공기관인 국가보훈처에 위탁회사를 관리 감독할 것과, 이를 통해 해고자를 복직시킬 것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벌써 23일째에 접어든다.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던 경기보조원들에게 ‘노동조합은 어떤 의미인지’, 이번 사건의 열쇠는 누구에게 있는지 김은숙씨를 만나 들어보았다.

[보훈처 앞 단식중인 여성노조 88cc분회 김은숙씨 인터뷰]

 

88cc 경기보조원 해고는 전형적인 노조탄압이다. ©촬영-조이여울 /일다 www.ildaro.com

-여성노조를 만든 지 10년이나 되었는데, 이번 집단해고 건이 노조에 대한 탄압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권 바뀌고 바로 (회사의 태도가) 달라졌다. ‘이제 너희는 좋은 시절 다 갔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곧바로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면서, 노조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 해고는 경영악화의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노동조합 활동을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처음 한 명을 고객불친절 사유로 해고했는데, 이에 항의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린 사람들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52명을 제명했다. 나중에 알아 보니 글 쓴 사람들은 총 104명이 있었는데, 딱 절반을 본보기로 자른 것이다. 그리고 올해 3월에도 2명에 대해 출장 유보조치를 내렸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를 인정한 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사측에선 즉각 항소했다. 그리고 이행강제금까지 물면서도 노동위원회 판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대법까지 가겠다는 말도 들었다. 도대체 몇 년을 끌겠다는 것인가. 우리 조합원들은 하루하루가 힘들다. 보훈처는 자기네가 위탁한 회사에서 노동조합을 탄압하는데, 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가? 벌써 1년이 넘었다. 보훈처는 더 이상 발뺌하지 말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해고가 되면 생계가 막막할 텐데, 58명 중에서 노동조합을 탈퇴한 사람도 있는지?
 
“12명이 탈퇴하고, 46명이 남았다. 노동조합을 탈퇴한 사람들은 즉각 일터로 복귀했다. 노조 탈퇴만 하면, 회사에서 복귀시켜 준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경기보조원 중에도 노동조합 소속이 있을 텐데,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조합원이 20명 정도 있는데, 차별배치 문제가 심각하다. 근무 대기중인 사람들에게 (사측이) ‘조합원은 쓰지 않겠다’고 하면서, 배치를 안 해주고 오후가 되도록 대기시간을 끄는 것이다.
 
또 매년 제공해오던 가운을 올해는 자비로 사 입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조합원들에겐 ‘지금 사면 나중에 돈을 돌려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즉, 가운예산이 잡혀 있으면서도 일부러 (조합원들은 괴롭히려고) 그렇게 한 것이다. 그래서 다들 새 가운 입고 일하는데, 조합원들만 닳아빠진 것을 입고 버텼다. 기어이 버티니까 2~3주쯤 전에서야 새 가운을 지급 받았다고 한다.”
 

여성,노동운동계도 88cc 문제해결을 위한 김은숙씨의 단식농성을 지지하며, 1인시위 및 1일 단식을 함께하고 있다. ©촬영-조이여울 기자 /일다

-일터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심각한데도, 조합원들이 노조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특수고용직은 노조를 만들기도 힘들고, 유지하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노조가 없던 때의 상황과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꼈기 때문에 (지키는 것이다). 예전엔 고용불안과, 회사에서 받는 인격모독, 고객으로부터 받는 억울한 일들을 어디 하소연할 데 없이 혼자 울고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스스로 경기보조원으로서 위축되지 않고 당당해졌다. 나도 ‘건강한 노동자’라는 인식, 합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권리의식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단체협상을 통해 따낸 것이 큰 게 아니다. 자존감을 찾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것이다. 그런데 (사측은) 이제 와서 예전 상태로 돌아가라고 한다. 우리는 약간의 복리는 포기할 수 있어도, 노예처럼 대우 받던 그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국가보훈처가 88cc의 해고 사태와 노동조합 탄압에 대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는가?
 
“보훈처에서 위탁을 맡긴 것이니, 당연히 권한이 있고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다. 예산도 기획예산처에서 승인하는 것이고, 국가의 재원이다. 예를 들어 국가보훈처는 88관광개발 사장을 해임할 수도 있다. 보훈처가 감독 역할을 하면, 회사는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미 노동위원회가 노동법에 의거해 판정을 내렸는데, 같은 국가기관(국가보훈처)에서 당연히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보훈처가 (88관광개발 측에)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했다면, 지금처럼 사측이 버틸 수는 없는 것이다.”
 
-단식농성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택한 것이 안타깝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다. 1년이나 투쟁을 계속해왔다. 노동위원회 판정도 나왔다. 그런데 보훈처도, 노동부도,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 모두 우리가 제 풀에 꺾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기보조원들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 그 의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경기보조원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있지만, 이번에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최초로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임을 인정받았다. ‘캐디가 근로자인가’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린 ‘특수고용직’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하고 싶다. 편의상 경기보조원을 특수고용직이라 분류했지만, 그건 옛날에 직종이 단순했던 시절 이야기 아닌가? 급여를 고객으로부터 직접 받느냐 안 받느냐로, 근로자인가 아닌가(자영업자)를 구분할 수 있나? 그렇다면 택시운전자는 어떤가? 우리도 실제론 회사가 정한 돈 이상 한 푼이라도 더 받지 못한다. 만원이라도 더 받았다간 징계를 당한다. 월급봉투 받냐 여부로 임금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기보조원도 다른 회사원들처럼 회사가 정한 규칙을 엄수한다. 근로자성에 대해 엄밀한 심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조이여울 기자]

[일다의 88cc 관련 보도기사]
“캐디도 근로자” 판정, 왜 중요한가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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