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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말하다

남자들만의 명절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9.10.02 19:54

잠깐 동안의 결혼 시절, 시댁이 지방이라 명절 때면 그 고단한 귀성인파에 합류해야만 했었다. 결혼 전까지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렇게 피곤하게 시댁에 도착해서 앉아볼 틈 없이 온종일 음식 장만을 했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제기와 놋그릇들을 닦아야 했다.

그렇게 차례상을 준비했지만 차례 지내는 곳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고 차례상을 물리면 또 그 그릇들을 닦기에 바빴다. 물론,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혼 후, 명절을 다시 생각해보며

그리고 명절은 내게 잊혀졌다. 이혼 후, 명절을 챙기지 않는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 출가외인이었던 딸이 명절에 오고, 안 오고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모르지 않았다.

더욱이 딸 많은 부모님은 늘 명절 다음 날이 되어서야 시댁에서 돌아온 딸들과 그 가족들의 방문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가치관에 푹 젖어 있는 부모님에게서 그것에 대한 서운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도리어 그렇게 라도 잊지 않고, 딸들도 부모님들을 챙기는 것이 기뻐 보였다.

그러나 나는 올해부터는 모든 명절을 거부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 뵙느냐 마느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명절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 지난 번 부모님 댁을 들렀을 때, 이제 명절에는 들르지 않겠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내 말에 어머니는,
“그래, 명절 전이나 다음날 오면 되지.” 하시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가 모두 준비한 음식을 그저 손님으로 와서 맛있게 먹다가 또 챙겨 주는 것들을 바리바리 싸서 집에 돌아갈 수 있는데, 굳이 명절 전후로 부모님을 찾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아니, 엄마! 엄마 보러 언제든지 오겠지만, 추석이라는 이유로, 혹은 설이라는 이유로는 더 이상 안 온다고!”

그러자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하신다.

“엄마, 명절이 여자들에게 뭐야? 남자들의 조상님들 모시는 제사에 남의 집 여자들이 뼈빠지게 음식 장만해서는 남자들은 절만 하고, 그렇게 일하는 엄마는 제사상에 한 번이라도 절해 봤어?”

“........”

“꼭 시댁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야. 딸들이 제사에서 뭐라고? 오로지 남자들의 잔치인 명절을 여자들이 뭐하게 즐겁다면서 왔다 갔다 하겠어? 나는 이제 그런 명절은 챙기지 않기로 했어. 그러니 엄마도 그렇게 알고 있어.”

어머니는 내 뜻을 충분히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가 혹시 당신의 며느리였다거나 아들이었어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었을 지는 의문이다.

딸이 명절을 거부할 때는, 사람들은 ‘여자가 뭐라고?’하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다만, 그 명절을 거부하기로 한 사람이 며느리였을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며느리는 아무 차질 없이 제사준비며, 음식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그들은 말할 것이다. ‘네 년은 조상도 없냐?’고.

이미 명절이라는 것이 한국국민의 절반을 철저하게 소외시키는 ‘남자들의 잔치’라는 것이 너무나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여성들은 자신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명절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절을 만들자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즐기는 축제로서 설이나 추석을 새롭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소위 전통이라 부르며 지금까지 지속해 온, 남자들의 집에 모여 그 집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는 식의 명절 풍습을 우선 폐기한 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유교식 명절 풍습 자체가 이미 철저히 가부장적인데, 그 틀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명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고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나도 어느 지점에서부터 이 문제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서의 한가위가 빨리 오길 꿈꿔본다. 윤하의 다시 짜는 세상/ 일다 www.ildaro.com

[명절증후군]  “일 안 해도 싫다” | 명절의 이방인  | 제사상에 ‘꽃게’ | 가족주의와 전선을 긋다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qqq BlogIcon 피해의식 피해의식이 심하시네요.

    의무와 권리에 대해선 생각해보신적이 없으신듯.

    명절날 큰댁에 가지도 않고 가족끼리 차례지낸다... 알겠네요 대충..
    2009.10.03 10:17 신고
  • 프로필사진 먼소리나요?
    명절에 며느리가 시댁가서 제사지내고 얻는 권리가 뭔지 설명좀 해주시죠?
    나중에 시어머니 돼서 며느리한테 제사지내라고 잔소리할 권리요?
    그런 권리는 너나 가지세요
    2009.10.07 15:16 신고
  • 프로필사진 미혼 | 결혼 | 이혼상태인 사람들은
    같은 사람이라도,
    명절 때 위치와 역할이 달라지죠.
    완전 달라진다는 거..
    특히 여자들은......
    얼마나 불합리한가요.
    그러니 명절이 모두의 명절이라는 말,
    기쁘게 만나는 거라는 말은 억지죠.
    2009.10.03 11:3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nae0a.com BlogIcon 내영아 엮인글 주소 : http://nae0a.com/2869 2009.10.03 14:55 신고
  • 프로필사진 더불어 내 권리 이득은 가능한 챙김이 삶에 기본입니다. 일방적 손해를 본다면 바보입니다.
    그러나 그런 바보들이 세상에는 있습니다.
    스스로 봉사하고 희생하는 멍청한 바보들 말입니다.
    남편이 의무와 책임은 멀리하고 부인에게만 강요를 한다면 이혼이 당연한 정도다.
    일방적 욕심보다는 공과를 따져 비교후 판단을 함이 우선이다.
    인간적 유대, 자녀들 정서, 남편의 정신적 휴가,남편 수익의 혜텍 등 계산을 잘해야 한다.
    오직 명절때문에 억울하고 못살겠다는 이해가 어렵다.
    시댁과 남편을 남들과 재되로 비교함이 답이다.
    2009.10.03 17:04 신고
  • 프로필사진 거참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군요.. 여성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조상님들 모시는 제사를 안지낼 수도 없고..
    2009.10.03 20:36 신고
  • 프로필사진 햇님이사랑 공감이요~백번 맞는 말씀이네요...

    하지만, 전 참고 지내는 며느리들이 더 신기해 보여요...

    전 그래서 시댁..시어른도 마니 보고, 결혼 결정했는데..

    저희는 가도...설거지도 못하게 하셔서, 얼마나 미안한데요..
    2009.10.04 01:15 신고
  • 프로필사진 사람 절대 공감이 가지 안는글입니다.
    왜냐면 왜 남편의 조상이며 남자들만의 조상입니까.
    당신은 자식도없읍니까 당신은 아들도 없읍니까
    원 그리피해의식이 많아가지구 어떻케 자식들에게 본보기가됨니까
    당신 아들도 장가들면 분명 당신 며느리가있습니다.
    그며느리가 시아버지만 제사지내주고 시어머니는 안지내줌니까.
    아들이됐던 딸이됐던 우리사회의 기준점은 있어야 합니다.
    그러치안으면 예를들어 박씨는 딸기준 김씨는 아들기준 으로 결혼한다면 근친의 모순은 어쩌려고요요요...
    2009.10.04 05:58 신고
  • 프로필사진 그럼 제가 만약 아들을 안낳으면요?
    그럼 제 제사는 아무도 안지내주겠군요.
    '제사 받고 싶으면 아들 낳으면 될거 아니냐'고 하시겠죠
    참 공정하네요
    2009.10.07 15:19 신고
  • 프로필사진 저와 생각이 비슷한것 같습니다. 한번 놀러 오시지요.
    https://blog.naver.com/ebs200
    2018.03.04 00: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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