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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는 ‘50대’ ‘남성’이 과다 대표된 게 문제죠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을 찾다(상)



“안녕하세요,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 신지예입니다!” 5월 8일(화) 서울시장 후보인 녹생당의 신지예 후보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연설을 시작한 곳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이다. 10일(목)에는 광화문 대한감리교본부 앞에서, 13일(일)에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동성결혼을 법제화하고, 인권조례를 강화하라”고 외쳤다.


참정권이 손에 쥐어진 이후로,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가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가서 인사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그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치며 정당연설회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당선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대담하지?’ 라는 감탄도 나왔다.


▶ 여의도 순복음교회 맞은 편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치며 정당연설회 중인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 후보 캠프 제공 사진)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라는 이름의 선거 사무실을 연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는 여러 모로 주목할 만하다. 여성 당원의 비율이 약 55%를 차지하는 녹색당의 여성청년 후보로서, 페미니즘 정치와 청년 정치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6.13 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신지예 후보와, 녹색당 김주온 공동운영위원장을 만나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두 분이 녹색당과 어떻게 인연을 맺어 정치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그 시작이 궁금합니다.


김주온 공동운영위원장: “사실 청소년 시절부터 당적을 가지고 싶었어요.(웃음) 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선거 캠프에서도 일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 재미있어 보였는데 막상 마음에 드는 정당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녹색당이라는 게 있다는 얘길 듣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강령을 읽었어요. 거기에 ‘작은 도토리 하나가 만드는 떡갈나무 혁명’이라는 말이 있었죠. ‘정치가 문학적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 가치에 너무 공감 돼서 바로 온라인으로 가입했어요.”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저도 청소년 때부터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두발자유운동을 시작했고, 당시에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기도 했어요. 청소년위원회를 만들려하다가 무산된 적도 있고요. 그 뒤론 당적이 없었는데, 녹색당이라는 게 만들어졌다는 얘길 듣고 행사 부스에 찾아갔어요. 리플릿에 나와 있는 강령을 읽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좋았어요. 저는 정당정치가 당원들의 민주주의와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었기 때문에 녹색당의 ‘전면추첨제 대의원제도’가 특히 마음에 들어서 가입하게 되었죠.”


▶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선거사무실 (후보 캠프 제공 사진)


-신지예 후보 캠프 사무실 이름이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죠. 요즘 녹색당이 낙태죄 폐지 등 성평등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고요. 하지만 여전히 ‘녹색당’ 하면 탈핵 등 환경 이슈가 먼저 떠올라요. 최근 녹색당의 행보를 두고 ‘페미니즘 흐름에 편승하는 것 아닌가’ 하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시각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주온: “녹색당이 만들어진 계기 중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가 컸던 건 맞아요. 해외 녹색당을 봐도 반핵, 평화운동이 그 시작이었죠. 하지만 그 운동의 핵심엔 여성들이 있었고 페미니즘 이슈를 늘 이야기해왔어요. 전 세계 녹색당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정책으로서가 아니라 활동의 원리로서 성평등과 다양성 존중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당헌에 ‘당의 모든 대의기관 및 위원회 구성 시에 여성 비율이 50%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원칙이 있고요. 지난 총선 때도 ‘성평등 정책’을 꾸준히 말해왔어요.”


-정치할당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올해 여성운동계에서 ‘성평등 개헌’과 여성할당제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오히려 지방선거 후보자 중에 여성을 찾기 매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왜 여성후보를 내지 않느냐’는 질문엔 ‘공천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답이 반복적으로 나오죠. 좀처럼 여성정치인을 키우지 않는 한국의 정치환경 속에서 녹색당은 할당제 외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김주온:  “당내 평등한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함께 모여서 대화하면서 모든 사람이 서로 동등한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회의를 할 때도 특정 성별의 사람이 발언권을 너무 오래 쥐고 있지 못하게 하는 등의 세세한 규칙을 정하기도 하고요. 현재 여성들이 가진 정치적 제약 사항을 함께 고민하고, 성찰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 그리고 그런 장을 제공함으로써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거죠.”


신지예: “전 여남동수제가 아닌 할당제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공천이라는 제도 안에서 누군가를 간택하는 시스템이라면, 여성을 할당한다고 하더라도 남녀 간의 위계 권력의 구조가 깨지지 않아요. 후보로 나서기 위해 줄을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은 그 위의 권력에 대항해서 싸울 수 없도록 만들죠. 결과적으로 위계적인 정당 안에 흡수되는 셈이에요. 이제는 여성들이 공천을 얼마나 받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여성정치인들이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공천제를 부수는데 목소리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발굴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스스로 지지 받을 수 있게 하는 구조와 문화가 녹색당에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버팀목이었어요.”


▶ 2018년 전국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녹색당 후보들 중 여성 비율은 50%를 넘는다. ⓒ녹색당


-‘여성’정치인도 보기 힘들지만 ‘청년’정치인도 찾아보기 어렵죠. 왜 한국 사회에서 청년정치인을 보기 힘든 거라고 생각하세요?


김주온: “가장 큰 문제는 기탁금이 아닐까요. 서울시장의 경우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 내야 하는 기탁금이 5천만 원이에요.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굉장히 높은 거예요. 몇 십 만원인 나라도 있는데, 일본과 한국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참고로 일본도 여성정치인 비율이 굉장히 낮은 국가(세계 약 190개국 중 한국은 121위, 일본은 140위)로, 한국과 어깨를 견준다. (참고기사: 우리에겐 더 많은 여성정치인이 필요하다 http://ildaro.com/8153)


김주온: “그러니까 경제적 자원이 마련되지 않는 사람들이 정치를 자신의 직업이나 미래로 고민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에요. 또 정치 활동을 위해선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데 학업이나 취업 준비를 하면서 겸하기 어렵기도 하죠. 저도 지난 총선 때 녹색당 비례대표로 출마 했을 때 학생이었는데, 휴학을 했어요.


당시에 ‘기본소득 활동가’ 정체성이 커서 선거가 ‘기본소득’ 의제를 알리는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했고 1천5백만원이라는 기탁금을 녹색당에서 함께 부담해줬으니까 출마할 수 있었지 아님 못했을 거에요. 녹색당에선 고액 기탁금에 대한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 기탁금을 어쨌든 내야 하니까, 그건 당에서 함께 부담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죠. 이 ‘고액 기탁금’ 문제에 대해 대중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기탁금 마련을 위한 ‘만원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고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지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개소식’에서 발언 중인 녹색당 김주온 공동운영위원장. (출처: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캠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여성 청년이 무슨 정치를 할 수 있냐?’ 하는 편견을 가진 것 같습니다. 이런 인식을 어떻게 깰 수 있을까요?


신지예:  “저는 더 많은 여성들과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인으로 나와야 그런 인식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정치적 한계를 부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면서 계속 나와야 할 것 같아요. 한국에선 여성이나 청년 정치인이 나오면 ‘여성이니까 공천 받았구나. 청년이니까 공천 받아 나왔겠지’ 그런 편견과 한계를 지니고 정치인을 바라보는데, 그건 가부장적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 한국은 ‘특정 세대가 과다 대표’되어 국회와 의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번 국회에 20대 의원은 없고 30대 의원 1명, 역대 최고령이에요, 평균 55.5세. 그런 분들이 정말 장기적인 정책을 생각하고 있을까요? 오히려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주온: “외부의 시선을 바꾸는 건 중요한 과제죠. 진짜 수가 많아져야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정당에서 청년 정치인 자리 한두 개 만들어 주는 게 고작이니까. 그 자리의 사람이 청년 혹은 여성을 모두 대표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애초에 너무 자리가 적기 때문에 문제인 거죠. 수가 많아지는 건 중요해요. 그래야 ‘여성 혹은 청년’으로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서 정치를 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신지예 후보도, 저도 여성청년이지만 각자 관심 가지고 있는 정책들은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이 개인이 어떤 정책에 관심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지점까지 안 가요. 그냥 ‘너는 여성청년 정치인이니까’라고밖에 생각하지 않는 거죠.


다양성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이 협소해요. 다른 나라 녹색당의 경우를 보면 청소년 때부터 정치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10대 초반부터 당비를 내고 활동을 하는 거죠. 그럼 20대 초반이 되었을 때 벌써 정치활동 경력이 10년인 거예요. 정책에 대한 정보와 그걸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훈련이 된 거죠. 그러니까 20대 초반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베테랑 정치인일 수 있는 거에요. 한국처럼 30, 40년 동안 다른 일 하다가 ‘정치도 한번 해 볼까?’ 하면서 마치 인생의 권력 정점을 찍는 느낌으로 하는 게 아니라요. 어렸을 때부터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게 하면, 결국 그렇게 성장한 정치인들이 사회와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거예요.”


-녹색당 안에서도 ‘페미니즘’이나 ‘성평등’ 이슈를 낯설거나 불편하게 느끼는 당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어떻게 소통하나요?


김주온: “꼭 페미니즘에 대해서만 불편해 하는 건 아니죠. 동물권이나 탈핵이나, 자신이 몰랐던 주제를 녹색당에서 만나기도 하죠. 사실 녹색당의 의제들이 결국엔 다 연결되어 있어요. 탈성장을 이야기할 때,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개발독재 시기를 거치면서 여성노동자들이 희생되었고 가정 내에서 여성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남자형제들 뒷바라지를 해왔다는 사실도 이야기하게 되고, 그렇게 보면 다 연결되어 있어요.


녹색당에서 말하는 생태주의와 탈성장, 이런 가치들은 결국 위계 관계에서 이게 더 중요하고 이건 덜 중요하다고 구분지어 나누는 게 아니라, 그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거예요. 그게 곧 페미니즘의 중요한 가치랑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는 어떤 용어들이 낯설게 느껴질 순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물질적인 가치,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만 위해 달려가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수많은 여성들, 소수자, 자연과 동물들이 희생되어 온 걸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것, 사회가 재생산의 문제를 여성에게만 떠미는 문제도 개발주의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같이 이야기하면 소통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

 

▶ 녹색당에서 만든 ‘성평등한 선거운동 가이드 포스터’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서 ‘성평등한 선거운동 가이드’을 만들고 발표한 것으로 압니다. ‘선거운동이 모두에게 해방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주온: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 선거운동을 거치면서 당 내 여성후보들과 여성당원들이 제안한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어요. 선거라는 게 ‘당선’이 중요하긴 하지만 과연 녹색당이 다른 정당과 ‘다른 선거’를 준비한다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죠. 안희정 전 충남 지사 대선 캠프에서 ‘우리는 대통령 만드는 캠프다’라는 명목 하에, 내부에서 제기된 다양한 문제를 묵살했다는 보도가 나왔었잖아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수자라고 의견이 묵살 당하는 일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존중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선거운동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신지예: “선거운동은 사람을 굉장히 정신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만들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선 누구라도 실수를 할 수 있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힘들어지기도 하잖아요. 그런 위험한 상황이 올 때마다 지표가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녹색당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문턱이 굉장히 낮은 조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또 그만큼 누구나 어떤 위치를 가질 수도 있고 그에 따라 권력을 잘못 쓸 수 있다는 위험성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조직이 될 순 없더라도 철저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한 것 같아요.”


김주온: “녹색당에선 어떤 행사나 모임을 할 때마다 함께 ‘평등문화 약속문’을 읽어요. 그것만 읽는다고 다 지켜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공동의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인식하고 끊임없이 연습과 훈련을 하는 거죠. 녹색당 내에서도 여러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성평등한 선거운동 가이드라인은 이번 선거가 끝난 후에도 당원들 의견을 수렴해서 내용을 보강할 예정이에요.” (※ 인터뷰 기사 하 편에서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비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박주연 기자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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