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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자기 방어 가이드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성폭력에 대처하는 방법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35퍼센트가 성폭력을 경험한다.(2017년 11월 WHO) 한국의 19세부터 65세 미만 여성이 응답한 ‘신체 접촉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율은 21.3퍼센트다.(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여성가족부)


성폭력 가해자는 아는 사람일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강간의 77.7퍼센트를 아는 사람이 저지른다.(같은 조사, 여성가족부)


낯선 사람에 의한 강간은 더 적게 일어나지만, 신고율은 더 높다. 낯선 사람의 경우 흔히 폭력과 결합되고, 다른 범죄 과정의 일부일 수도 있다. 반면, 아는 사람 사이와 위계 관계에서는 뚜렷한 폭력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보통 다른 범죄와 결부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피해자의 저항이 현저하게 곤란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현행 강간죄 성립 조건은 비현실적이다. 그것은 오히려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지가 관건이 되게 만든다. 성폭력 피해자는 목숨이라도 걸어야 한단 말인가.


여성의 ‘저항’ 정도가 아니라 여성의 ‘동의’ 여부가 성폭력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즉 성폭력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있어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를 더 중점적으로 다뤄야 한다.


성폭력 자기 방어 가이드


1. 상식선에서 판단한다


상식은 일반적인 이해력과 판단력을 뜻한다. 성폭력도 폭력임을 기억하자. 앞에 한 글자가 더 붙었을 뿐이다. 우리는 나이, 성별, 인종, 장애, 학력, 재산 등에 관계없이 모두 존중받아야 하는 평등한 존재다. 그러나 위계가 있는 관계에선 상식선의 문제 제기마저 해고나 괴롭힘 등을 각오해야 하거나, 때로는 자신의 미래까지 걸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현재는 개인의 용기와 결정이 중요하다.


2. 직감을 따른다


상황이 미심쩍다면 직감을 따른다. 직감이란, 뇌가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느라 의식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부당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한다고 해서 남에게 해를 끼칠 일은 거의 없다.


▶ 확실한 의사표현 ⓒ스쿨오브무브먼트


3. 의사표현을 확실히 한다


관계를 의식해 무시하거나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 상대를 달래거나 돌려 말하는 것은 거의 효과가 없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상대를 봐가면서 행동한다. 간결하고 분명한 말과 제스처로, 하지 말라고 표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때로는 위험을 모면하기 위해 ‘순응하는 척’ 연기하는 전술적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는 사이에서, 특히 위계를 이용하는 폭력이라면 상황이 악화되거나 반복되지 않게 초기에 차단하는 것이 낫다. 사실상 육체적 방어 테크닉보다 정신적 자세가 더 중요한 경우다.


의사표현에는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이 있다.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둘 다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언어적 표현 : 간단하고 분명한 표현을 사용한다. 상황에 따라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지 마세요.”

“그만 하세요.”

“그런 말씀 불편합니다.”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


-비언어적 표현 : 앉은 자세나 누운 자세는 불리하다. 일어선다. 발이 모여 있으면 불안정하다. 두 발을 골반이나 어깨 너비로 벌린다. 두 손을 들어서 눈에 보이는 경계를 만들고, 유사시 손을 사용할 준비를 한다. 시선은 상대 가슴팍에 두고 넓게 본다.

 

4. 도움을 구한다


우발적 범죄가 아닌 이상 모든 범죄자는 완전범죄를 추구한다. 그래서 성추행과 강간은 목격자가 없는 곳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사람이 있다면 가능한 즉시 도움을 구한다. 단 둘이 있는 장소에 있다면, 빨리 그곳을 벗어나 도움을 구한다.


자신의 고통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출발이 될 수 있다. 개인적인 대응보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성폭력상담소에 피해 내용을 상담하고 지원받는다. 강간의 경우 발생 즉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나 원스톱지원센터에 신고하고, 산부인과에 가서 피해 사실을 알리고 검사받는 것이 좋다. 사고 당시 입었던 옷은 세탁하지 않고 종이봉투에 보관한다.


▶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서 (원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서


차별과 불평등은 인류의 태생적 결함이 아니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폭력적이어서, 또는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공격적이라서 (성)폭력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불평등한 사회가 차별적인 생각과 폭력의 근원이다.


정치권력에 선의를 기대하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지만, 불과 1년여 전 우리가 촛불을 들고 경험했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대중행동에 나선다면 문제 해결의 진정한 힘을 볼 수 있다.


여성 억압과 차별을 해소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목표일 수 있지만, 해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함께 노력해보는 수밖에 없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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