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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말하다/최하란의 No Woman No Cry

빨리 먹는 사회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8.03.04 12:00

빨리 먹는 사회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다이어트 vs 건강(하)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식사 시간과 삶의 질


배부름을 느낄 때, 뇌에서 식욕억제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런데 뇌가 배부름을 느끼는 데는 20분이 걸린다. 그러니 너무 빨리 먹으면, 호르몬들이 의사소통할 시간이 부족하다.


빨리 먹기가 반복되면, 과식이 반복되기 쉽다. 소화불량, 비만, 당뇨,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식사 시간이 15분 이내인 사람은 15분 이상인 사람보다 위염에 걸릴 확률이 1.9배 더 높다.(강북삼성병원 서울종합건진센터 고병준 교수팀, 2007~2009년, 1만893명 조사)


식사 시간이 5분 이내인 사람은 15분 이상인 사람보다 비만 3배, 당뇨병 2배, 고지혈증 위험이 1.8배 더 높다.(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동훈 교수팀, 2007~2009년, 8천771명 조사)


식사 속도가 빠른 생후 54~60개월 아동의 비만율은 평균보다 4.3배 더 높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12~2016년, 영유아건강검진 분석)


▶ 쫓기듯 먹는 식사시간 ⓒpixabay


일본 큐슈대학교 연구팀이 2008년부터 6년에 걸쳐 남녀 5만9천717명을 대상으로 식사 속도에 따른 체중 변화를 추적 조사한 결과, 천천히 먹는 사람이 빨리 먹는 사람보다 과체중이 될 확률이 42퍼센트 낮았다.


천천히 먹으면 소화와 흡수, 대사 작용이 좋아진다. 제대로 씹고 삼키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속도가 다는 아니다. 고민하며 먹거나, 일하면서 먹거나, 밤낮을 거꾸로 먹거나, 음식보다 감정을 먹는다면, 빨리 먹는 효과와 비슷할 것이다. 느긋하게 먹을 수 있는 시간, 갈망 없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정신적 여유는 삶의 질과 직결된다.


알아차리며 먹기


2015년 4월 프랑스 남부 교외, 틱낫한 스님의 <플럼 빌리지>에서 겪은 내 경험을 소개하겠다. 흔히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 또는 먹기 명상(eating meditation)이라 부른다.


“식사 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식당을 향한다. 고요한 식당에서 먹을 만큼 음식을 그릇에 담는다. 식탁에 앉는다. 세 번의 종소리가 울린다. 약 20분 동안 말없이 고요히 먹는다. 몸과 마음의 양분이 될 음식을 온전히 느낀다. 두 번의 종소리가 울리면, 동료들과 대화를 하거나 필요하다면 음식을 더 가져와 먹거나 식사를 마친다.”


▶ 알아차리며 먹는 시간, 플럼 빌리지 ⓒ스쿨오브무브먼트


물론, 그곳은 신체활동과 정신활동이 균형 잡힌 곳이었다. 명상과 함께 노동과 운동이 나란히 강조됐다. 알아차리며 먹기는 이런 하루의 일부였다. 우리는 보다 느슨하게 실천해도 괜찮다.


첫째, 하던 일을 멈추고 음식을 (차리고) 먹는다. 둘째, 다른 것을 하지 않고 온전히 먹는다. 셋째, 잘 씹은 다음, 삼킨다. 요약한다면, 음식과 먹기를 알아차린다.


그러나 다시 고려대병원 김도훈 교수팀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식사 시간 5분 미만이 8퍼센트, 5분에서 10분 미만이 44.4퍼센트, 10분에서 15분 미만이 36.2퍼센트로 조사대상의 약 90퍼센트가 식사 시간이 채 15분을 넘지 않는다.


2017년 7월 국회 ‘간호사 처우개선 토론회’에서 발표된 서울대 조성현 간호대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평균 10시간을 근무하고 시간 외 근무로 2시간을 더 일한다. 그 중 식사와 화장실 이용 시간은 평균 21분이다. 심지어 약 39퍼센트는 “식사를 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54조(휴게)에 따르면 4시간 일하면 30분 이상, 8시간 일하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심지어 운전하면서 이동하면서 식사하거나, 손님이 없는 틈을 타 겨우 서서 먹거나, 비좁은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사회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


<다이어트 vs 건강> 상중하, 세 편의 글에서 나는 여러 통계들을 인용했다. 종합하면, 현재 우리 삶은 너무 오래 공부하고 너무 오래 일하고 너무 적게 자고 너무 적게 쉰다. 그러니 식사 시간도 너무 짧다.


이 시간표는 과연 우리 자신의 선택일까?


단지 시간의 양적 문제만은 아니다. 컴퓨터, 인터넷 등의 기술 발달로 같은 시간 훨씬 더 많을 걸 할 수 있고, 하게 됐다. 시간의 밀도가 더 촘촘해졌다. 즉, 우리는 같은 시간을 일해도 (살아가도)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OECD 통계에 따르면, 49퍼센트의 노인이 빈곤하다. 더 많은 일을 해내지만 더 가난해지고 있는 것이다.


▶ 병든 사회를 함께 바꿔야 한다. ⓒpixabay


개인과 사회 중에서 어느 것이 더 크고 광범한 힘을 가졌는가. 대다수가 실질적인 변화를 누리는 것은 오직 사회의 우선순위를 바꿀 때 가능하다.


병든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병든 심리를 갖기 쉽다. <뚱뚱하지 않지만, 뚱뚱하다>

병든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가 병들기 쉽다. <잠이 부족한 사회>

그래서 문제는 사회를 바꾸는 것이다.


사회의 우선순위를 바꾸기 위해 우리 함께 나서야 한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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