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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신체 자신감’ 캠페인 펼친 영국 정부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7.09.20 08:30

몸 이미지 교육은 건강뿐 아니라 인권의 문제

‘여성의 몸 이미지’에 다양성과 자유를!③ 영국 사례



광고에서 다이어트와 성형 등으로 건강하지 않은 여성의 몸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십대여성을 성애화하는 것을 금지한 영국에서는 ‘몸 이미지’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영국, 정부가 몸 이미지 연구에 전폭적인 지원

 

영국 정부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신체 자신감’ 캠페인을 전개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2011년에 <몸 이미지에 대한 고찰>이라는 보고서를 발행한 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몸 이미지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이 시기에 이뤄졌다.

 

몸 이미지가 자존감, 업무역량, 성취능력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했을 뿐 아니라, 무분별한 성형수술 관행과 과도한 성형 광고 전략을 고발하는 조사연구 또한 지원해 향후 이어질 사업의 근거를 탄탄히 한 점이 특징적이다.

 

실제로 영국 정부가 연구 지원한 <성형수술 규제 보고서>가 발행된 이후 성형산업의 문제점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높아졌다. 나아가 의료협회가 앞장서서 성형광고를 금지하라고 촉구하는 등 유의미한 변화가 이어졌다.

 

교사용 지도서 ‘몸 이미지 교육 표준안’ 발간

 

<몸 이미지에 대한 고찰> 보고서는 각종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몸 이미지 교육’이 초중등 교육 과정에 의무적으로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기존의 교사뿐만 아니라 교직원들을 위해서도 관련 연수가 마련되어야 하며, 정교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연수 과정에서 예비교사들이 몸 이미지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 제안을 받고 영국 정부는 PSHE(Personal, Social and Health Education) 협회와 함께 교사들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몸 이미지 교육 지도서를 발간했다.

 

PSHE는 영국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노동을 준비하고, 스스로의 삶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 자질을 개발하는 교과다. 음주, 마약, 건강, 인간관계, 시민권과 인권, 성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며, 몸 이미지 교육도 교과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다. (영국 교육부는 PSHE 교과가 포함하고 있는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의무 사항으로 두고 있으나, 별개의 PSHE 교과 수업을 학교 교육 계획에 포함시키는 것은 선택 사항이다.)

 

몸 이미지 교육의 철학은 ‘다양성’과 ‘인권’

 

영국의 <교사 지도서: 몸 이미지 교육 표준안>은 교사가 몸 이미지 수업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수업을 진행하고 평가에 이르기까지의 전반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들과 주의해야할 점들을 담은 지도서이다.

 

몸 이미지가 무엇이며 왜 몸 이미지 교육이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어 있고, 몸 이미지 교육에 효과적인 교수법과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들까지 담고 있어, 몸 이미지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쌓아가는 교사들에게 유용한 자료이다.

 

▶ 영국 평등부가 발행한 <교사 지도서: 몸 이미지 교육 표준안>

 

이 지도서에서 흥미로운 점은 몸 이미지 이슈를 신체 건강의 문제를 넘어 다양성과 인권의 문제로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약 집단의 요구 다루기’ 파트를 보면 과체중이나 비만 학생, 섭식장애가 있는 학생, 성소수자 학생, 유색인 또는 소수민족 학생, 장애가 있는 학생 등과 함께 수업할 때 주의해야할 점과 집중해서 가르쳐야할 점을 세세하게 명시하고 있다. 젠더뿐만 아니라 체형, 인종, 성적 지향, 장애 등의 여러 경계를 고려하며 다양한 몸 이미지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음란물과 관련된 문제에 대처하기’ 파트에서는 음란물을 왜곡된 몸의 재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는 몸 이미지 교육을 체육, 사회 교과와 함께 성교육의 차원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수사례 공개…한국 학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

 

이와 함께 영국 교육기준청(Ofsted)은 몸 이미지 교육의 우수사례 학교를 선발하여 그 교육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정부의 PSHE 팀과 함께 진행한 오크 코티지 초등학교의 교육 사례를 보면 몸 이미지 교육이 한국의 학교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교육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교직원과 학부모 연수를 진행한 후 교사들은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춰 수업 계획서를 작성한다. 타인과의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서로의 차이에서 비롯한 고유함을 강조하는 수업을,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는 고학년 아이들과는 미디어의 영향력과 구체적인 디지털 보정 과정, 외모와 유전의 관계 등에 대한 수업을 진행한다.

 

이처럼 정부가 몸 이미지 교육을 위한 교사 지도서를 발행하고 우수사례를 홍보하는 것이 의지를 가진 교사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호주의 사례에서처럼 의무가 아닌 교과의 교육을 권장하는 것의 한계는 명확하다. 아쉽게도 교직원의 의무 연수나 예비 교사의 몸 이미지 교육 이수는 의무화되지 않았다. 2015년에 영국 녹색당에서 몸 이미지 교육을 포함하고 있는 PSHE 교과 선택의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였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지금도 여러 여성단체와 성소수자 단체, 섭식장애 관련 이슈를 제기하는 단체들은 PSHE 협회와 함께 몸 이미지 교육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현 교육부 장관은 올해 영국의 모든 초등학교 성교육을 의무화한 바와 같이, 미래에 PSHE 의무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몸 이미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켜야

 

호주와 영국의 각 정책들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한계를 지적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여러 여성단체에서 몸 이미지 문제를 공론화하고 ‘몸 다양성 보장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문제가 여성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침해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과 합의가 부족하다.

 

또한 한국의 사범대에는 몸 이미지 교육 의무화는커녕, 젠더 교육 혹은 인권감수성 교육조차 필수 과정으로 들어가 있지 않다. 교사를 위해 관련 자료를 저장해 둔 플랫폼조차 없다.

 

우울한 현실이지만 외국의 사례들을 살펴보는 이유는 현재 우리 사회에 없는 것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더듬어보기 위함이다. 우리도 얼마든지 몸 이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고 국회에 여성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가 될 수 있는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도록 요구하며, 현직 교사와 예비교사들이 몸 이미지 교육을 포함한 성평등 교육, 인권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할 수 있다.

 

과연 그 일을 누가 할 것인가.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이,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그 ‘누구’ 중 한 명일수도 있지 않을까.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몸 이미지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윤다온)

 

(이 글은 작년 한국여성민우회가 발간한 <다양한 몸의 자유를 위한 의.안.발.의.> 자료집에 실은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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