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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려진 민주노총 성폭력 사태는 조직 내부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주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 현재 직무대행체제에서 이번 사건을 처리하고 있지만, 당분간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는 여간 해서는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배경이 된 노동조합 내 위계적 문화
 
이 사태를 접하며 주위사람들로부터 “민주노총에서 여자들은 어떻게 일하냐”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걱정은 비단 성폭력 사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이라는 조직 내에서 여성조합원이나 여성활동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원칙이지만, 성폭력은 스캔들이 아닌 폭력이며 주로 강한 사람이 상대적인 약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행위이다.
 
지금까지 일해오면서 몇몇 노동조합에서 종종 어젯밤 술 먹다 누가 누구를 때렸다느니, 무릎을 꿇렸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조직 내 서열을 정하고 위계를 잡는 것이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간부들도 있다.
 
서열을 정하고 위계를 잡는 행위란 게 남자들 간에는 주먹다짐과 욕설로 표현되기도 하고, 여성에게는 성적인 희롱을 하거나 보조업무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태를 들여다보면, 위원장의 도피처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지도 않은 혼자 사는 여성의 집으로 정했고, 이후 경찰에 진술할 내용에 대해 설득하는 과정에서 성폭력이 수반됐다는 점에서 가해자가 그 여성을 어떤 대상으로 봤는지 짐작할 수 있다.
 
100인위 운동사회 성폭력 공개 이후… 
 
다른 한편으로, 이번 일을 겪으며 조직 자체가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심의,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피해자는 애초에 사법처리가 아니라 조직 내 해결을 원했기 때문에 정식으로 처리요청을 했다. 민주노총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조직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능한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최소한의 원칙도 지키지 못했다.
 
여성간부들 사이에서, 성폭력 처리에 있어서는 공인된 외부인사를 포함하는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동안 노조운동의 역사를 돌아보면 100인위원회의 운동사회 내 성폭력 공개가 있었고, 여러 노조에서 핵심간부들이 성폭력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다. 그때마다 조직 전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이 난무했지만, 별탈 없이 조직을 지켰을 뿐 아니라 노조 내 성차별 문화가 조금씩 개선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민주노총 소속인 것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간부들도 있고, 성폭력 사건을 이유로 민주노총을 탈퇴하겠다는 노조들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일터와 노조 조직의 구성원들의 정체성은 더욱 다양해 질 것이고, 노조가 변화에 힘들게 적응하는 과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집단이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서

민주노총도 다른 사회집단과 마찬가지로 폭력과 비리가 일어날 가능성은 항상 있다. 하지만 차별과 폭력에 대해 ‘집단이 어떤 태도를 가지냐’에 따라, 개인성향과는 별도로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빈도는 달라질 수 있다.
 
다행히 내가 일하는 운수노조 내에서도 자성하는 간부들의 의견이 많고, 정기대의원대회에 성평등 교육을 의뢰하는 조직도 있다. 성폭력뿐 아니라 차별감수성 높이기, 성매매 문제 바로 알기 등 다양한 평등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노총과 노조 내 성폭력을 반대하는 문화와 제도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정희선/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여성국장, 일다 편집위원일다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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